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육자 지정을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한국 남성 A 씨와 베트남 여성 B 씨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양육자 지정 부분에 대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 씨와 B 씨는 2015년 혼인신고한 뒤 2016년, 2018년 자녀를 낳았다. 이후 갈등이 지속되면서 B 씨는 큰 딸을 데리고 남편과 별거를 하게 됐고 1년 뒤 각자 서로를 상대로 이혼청구를 했다.
1·2심은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이 양측 모두에게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B 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고 거주지와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친권자 및 양육자로 A 씨를 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인 상대방에게 양육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양육자로 지정되기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공교육, 기타 교육여건이 확립돼 있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가정법원은 출신 국가 등을 차별하는 의도에서 비롯되거나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 모국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자녀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 등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B 씨의 거주지와 직장의 안정성, 경제적 능력, 한국어 소통능력 등에 관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심리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2심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