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인도 시장에서 고전하며 공장 폐쇄를 결정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소형차 중심의 제품군 구성을 비롯해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인도 자동차 전문 매체 러시레인 등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최근 인도 사난드 공장에서 마지막 완성차를 생산했다. 소형 세단 ‘어스파이어’와 해치백 ‘피고’ 등을 만들던 이 공장은 더 이상 가동하지 않고 문을 닫는다. 포드의 또 다른 생산기지인 첸나이 공장도 내년 초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포드는 인도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누적된 손실이 20억 달러(약 2조3800억 원)에 달하고, 시장 점유율까지 1%대로 낮아져서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도 2017년 인도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혼다도 현지 공장 2개 중 1개를 올해 초 폐쇄했다.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고전한 것과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판매를 늘려가며 선전했다. 현대차는 9월에 인도 시장 점유율 17.7%를 확보하며 2위에 올랐고, 기아도 5.7%로 4위를 기록했다. 양사는 합산 점유율 23.4%로 1위 마루티스즈키(43%)와의 격차를 좁혔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기아의 현지화 전략이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먼저, 양사는 인도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ㆍ저소득층 소비자를 겨냥해 소형차 위주로 제품군을 구성했다.
현대차는 1998년 첸나이 공장에서 소형차 아토스를 개조한 ‘쌍트로’를 가장 먼저 생산했고, 이후에도 해치백 i20ㆍ세단 아우라ㆍSUV 크레타와 알카자르 등 국내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소형차 위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2년 전 인도 공장을 가동한 기아도 셀토스와 쏘넷 등 소형 SUV를 앞세웠다.
더운 날씨를 고려해 뒷좌석에도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비포장도로가 많은 도로 사정에 맞게 지상고를 높이는 등 상품의 현지화도 신경 썼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품 현지화도 서둘렀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국내 부품사와 동반 진출해 현지화 비중을 80% 수준까지 높이는 등 현지유통망을 이용하려 노력했다.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수요가 높은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 확충에도 집중했다. 현재 현대차는 인도 전역에 1200개에 달하는 서비스 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각각 인도 시장 점유율 3위와 5위에 오른 타타(389개), 마힌드라(902개) 등 토종 기업보다 많은 수치다. 기아도 2년 만에 서비스 거점을 125개까지 늘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전기차 시장 공략을 준비할 계획이다. 아직 인프라와 인식이 부족한 탓에 인도의 전기차 수요 자체가 높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질적인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인도 정부는 ‘EV Mission’이라는 계획하에 2030년까지 전체 승용차의 30%, 버스의 45%를 전기차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딜로이트는 최근 발표한 EV 투자부문 보고서에서 인도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단기간에 전기차 시장을 성장하게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인도 전기차 보급률이 향후 10년 이내에 30%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4년까지 코나 일렉트릭 이외에 아이오닉5, EV6, 니로 일렉트릭 등 총 6종의 전기차를 인도에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낮은 가격대를 갖춰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소형 SUV 기반의 현지 전략형 전기차(AX1)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