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발효가 임박한 가운데 농업 부문 피해 규모 예측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 규모가 축소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호주와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FTA다. 무역 규모와 역내총생산(GDP), 참여국 인구 등 측면에서 전 세계 교역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의 FTA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를 포함한 15개국이 최종 서명했고, 정부는 이달 1일 RCEP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발효 전 마지막 절차인 국회 비준만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종 비준을 앞두고 농업계는 정부가 추산한 농업부문 피해 규모가 터무니없이 작다고 지적한다. 농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RCEP 발효에 따른 우리 농업부문 피해 규모를 연간 77억 원 규모로 산정했다. 부문별로 과수 40억 원, 곡물 13억 원, 과채류 12억 원, 특용작물 6억 원, 녹용 4억 원 등이다.
이에 대해 농업계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RCEP 참여국들이 대부분 농산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고, 두리안과 망고스틴, 파파야 등 열대과일이 개방돼 관세 없이 들어오게 되면 국내 과일 시장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 과수생산액이 연간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이 4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우려했다.
피해 규모가 작다 보니 정부의 대책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영향평가분석 결과를 토대로 연간 100억 원씩 10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계에서는 농업피해가 제대로 분석되지 않았고, 나아가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민단체들은 RCEP으로 인한 농업생산 감소는 물론 가공재료 수입 증가 등 간접적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다각적인 분석을 통한 실질적 피해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RCEP이 발효되면 열대과일 추가 개방과 누적원산지 규정에 따른 관세 혜택, 동식물위생검역 구체화 등의 효과로 농업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