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선보인 경형 SUV ‘캐스퍼’는 공개 당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사전예약 첫날에만 1만8940대가 예약되며 올해 생산 예정분이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캐스퍼의 인기는 작지만 SUV 특유의 당당함을 표현한 외관 때문만이 아니다. 단정하면서 안락한 실내와 실용성을 높인 공간도 중요한 매력 포인트로 거론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역동적인 외장과 달리, 부드럽고 개성이 담긴 인테리어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캐스퍼의 실내 디자인을 담당한 박란정 현대차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박 연구원은 캐스퍼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실내 곳곳에 개성 있는 색상과 디자인을 더 했다. 세련된 퍼플 무드 조명을 사용했고, 스티어링 휠의 버튼 하나에도 신경 썼다.
기본 사양으로 채택된 4.2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는 운전자가 선호하는 색상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시트를 다른 색상으로 조합한 ‘투톤 컬러 시트’를 적용해 독특한 개성을 드러냈다.
박 연구원은 “시트 커버 조합은 같은 색상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라면서도 “캐스퍼는 새로 시도하는 경형 SUV인 만큼, 1열 쿠션부만 색을 다르게 구성해 적용했다. 이를 통해 고유의 캐릭터를 부각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개성만큼이나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작업에도 집중했다. 특별한 설계를 시도해 ‘경차는 작고 불편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다. 1열에 벤치형 시트를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벤치형 시트는 콘솔을 없애 1열 운전석과 동반석을 하나로 연결한 설계를 말한다. 탑승자는 1열 좌우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시트 디자인을 맡은 하성동 책임연구원은 “좁은 주차 공간에서 운전석 방향으로 최대한 붙여서 주차하면 운전자가 하차하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있는데, 이때 벤치형 시트는 조수석 방향으로 편리하게 하차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라며 “개방감이 뛰어나 실내 공간이 협소한 경형 SUV의 단점을 보완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캐스퍼는 세계 최초로 운전석 시트가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 기능을 적용했다. 그 덕에 동반석 시트를 접어 테이블로 활용할 수도 있다. 2열 시트는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기능을 더해 최대 160㎜ 앞뒤로 이동할 수 있고, 최대 39도 젖힐 수 있다. 적재 공간을 확장하거나, 2열 승객에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하 연구원은 특별한 설계 덕분에 캐스퍼로 ‘나만의 생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1, 2열 시트를 모두 폴딩해 차박 등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고, 조수석만 폴딩해 시트백 테이블을 만들면 간단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어요. 물론 차 안에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등 간단한 업무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차 안에서의 생활이 늘어나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리빙 스페이스’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