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지난 1년간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중점에 두고 그룹의 사업 방향을 재정립했다.
K.C.크래인 오토모티브뉴스 발행인은 7월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동차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현대차그룹이 정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고,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 인류, 미래, 그리고 사회적 공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취임 후 로봇과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ㆍ합병(M&A)으로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사내 로보틱스랩을 통해 의료용 착용 로봇 '멕스(MEX)'와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달이(DAL-e)'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UAM 대중화의 기반도 다졌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갖춘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을 추진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도시와 UAM 이착륙장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이다. 미국 워싱턴에는 UAM 법인을 설립하고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도 확대했다.
지난달에는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기반의 로보택시를 독일 IAA 모빌리티에서 공개했다.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 EV6, GV60을 차례로 출시하며 전동화에도 속도를 냈다.
정 회장은 수소경제 생태계 수립에도 집중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열고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회장 취임 직후 첫 공식 행보로 국내 수소경제 컨트롤 타워인 수소경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고, 올해는 국내 기업의 수소 사업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민간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을 주도했다.
탄소 중립에도 앞장섰다. 현대차는 지난달 '2045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고, 그룹 주요 계열사도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미ㆍ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판매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대차ㆍ기아는 올해 9월까지 전년보다 13.1% 늘어난 505만여 대를 세계 시장에 판매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산업 수요 증가율을 웃도는 판매율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도 늘렸다.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57% 늘었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SUV와 고급차 판매 비중도 높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까지 전년 대비 68% 증가한 53만2000여 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는 등 친환경 브랜드의 입지도 굳히고 있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이르면 올 연말 누적 2만 대 판매가 전망된다.
정 회장은 임직원과의 소통에 노력하며 조직문화를 바꾸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3월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고 "기존에 했던 보상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전체 직원의 눈높이를 좇아가지 못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라며 성과급과 인사를 더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수석부회장 시절에는 유연 근무제, 복장ㆍ점심시간 자율화 등을 도입한 정 회장은 최근 거점 오피스와 오픈 이노베이션 공간 등 '위드 코로나'에 대비한 근무 형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판교, 성내 등 최근 8곳의 거점 오피스를 마련했고 다른 그룹사도 거점 오피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클라우드 방식의 새 업무 플랫폼 도입 이후 효율적인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