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릴까 줄일까? '출점 딜레마' 빠진 편의점과 대형마트

입력 2021-10-11 14:23 수정 2021-10-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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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증대ㆍ퀵커머스 공략 위해 점포 수 확장 필수인 편의점
"본사 무리한 출점→가맹점 주 출혈 경쟁" 비판에 고심
폐점도 출점도 없는 대형마트, ‘공격’보다 ‘현상 유지’ 선택
편의점 시장 규모는 대형마트 추월…격차 더 벌어질 전망

"늘리느냐 줄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점포 수를 두고 오프라인 유통 채널인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외형을 키우려면 점포 확대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온라인 성장 등 경영 환경 악화로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국에 5만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편의점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여전히 ‘점포 확장’ 기조를 이어간다.

11일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빅4편의점 가맹본부 매출액 및 가맹점 매출액 현황’에 따르면 GS25ㆍCUㆍ세븐일레븐ㆍ이마트24 등 빅4 편의점의 가맹점 수는 5년 사이 1만3000개 이상 늘었다. 2016년 대비 2020년 편의점 업체별 가맹점포수는 △GS25 3989개(37.6%) △CU 3991개(37.1%) △세븐일레븐 2088개(25.4%) △이마트 3340개(191.7%) 늘었다.

점포가 늘어난 만큼 빅4 편의점 매출액은 같은 기간 16조586억 원에서 20조4316억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은 지난해에도 빅4 편의점의 평균 매출액은 2.5%(4920억 원) 늘고 영업이익은 0.1%(2억 원) 감소에 그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가맹점 사업자의 평균 매출액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편의점의 고민을 깊게 한다.

업장별 2016년 대비 2020년 가맹점 사업자 평균매출액을 비교하면 GS25는 6억7900만원에서 6억2400만원으로, CU는 6억1700만원에서 5억8400만원으로 세븐일레븐은 4억9900만원에서 4억6500만원으로 각각 줄었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만 4억500만 원에서 4억1500만 원으로 증가했을 뿐이다. 편의점의 점포 수 확장이 점주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편의점 업계는 최근 점포 수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다. 실제 '점포 수 1위' 타이틀 경쟁을 이어왔던 CU와 GS25의 경우, GS25가 2019년부터 '점포 수 비공개 방침'을 택하며 점포 경쟁 열기가 다소 식었다.

출점 경쟁을 막기 위한 자율 규약도 만 3년이 되는 올 12월31일 유효기간이 끝나지만 연장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규약은 새 가맹점의 문을 열 때 상권 상황에 따라 기존 가맹점과 최소 50m에서 최대 250m까지 거리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자율규약 참여사가 운영은 연장하기로 합의하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이와함께 업계에선 퀵커머스 시장 성장이 향후 편의점 점포 경쟁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심 속 거미줄처럼 촘촘히 펼쳐진 편의점 점포망이 퀵커머스 전쟁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퀵커머스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5분~1시간 만에 배송지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즉시 배송 서비스로, 편의점은 물론 전 유통업태가 사업 확대에 관심이 높다.

(사진제공=롯데마트)
(사진제공=롯데마트)

대형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종전의 축소 전략에서 '현상 유지'로 방향을 틀었다.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롯데마트는 지난해 초 '비효율 점포 정리'를 선언하고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올해 6월말 기준 롯데마트 점포수는 창고형 할인매장인 빅마켓을 포함해 국내 112개 점으로, 구조조정 선언 전인 2019년 말 대비 1년 반 사이 13개 줄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최근들어 점포 폐점 작업을 잠정적으로 멈추고, 대신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의 확대로 전략을 수정했다.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등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자 사업 방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현재 2개점인 빅마켓을 2023년까지 20개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 가운데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마트도 기존점 리뉴얼 전략을 이어간다. 지난해 9개 점을 리뉴얼한 이마트는 올해도 15개 점 이상 리뉴얼을 진행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 발걸음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대신 이마트의 신규 출점은 지난해 7월 신촌점 출점이 마지막이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시급한 홈플러스는 점포 매각으로 자산유동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 2월과 6월 영업을 종료한 대전탄방점과 대구스타디움점을 제외하고도 안산점과 대구점, 부산가야점 등의 자산유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신 홈플러스는 현장 경쟁력의 악화를 막기 위해 올해 1000여 명 규모 채용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홈플러스는 올해 회계연도가 시작된 3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950여 명의 본사와 점포 인력을 채용했으며, 이달 중에도 초대졸 공채 등을 통해 점포 인력 250여 명을 추가 충원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올해 점포 근무 인력만 1000명 이상을 충원하는 대규모 채용으로, 대형마트 4~5개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를 모두 합친 수준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한편 출점 전략이 달라지면서 편의점 시장 규모는 지난해 이미 대형마트를 뛰어넘었고 올해는 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시장 규모는 2조5579억 원을 기록해 대형마트 시장(2조4182억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해는 편의점 시장이 2조6295억 원까지 커지는 데 비해 대형마트는 2조3961억 원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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