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쉿(BULLSHIT)은 '쓸모없는', '엉터리', '쓰레기 같은' 등의 의미를 지닌 비속어다. 책은 이렇게 욕설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쓸모없고 무의미하고 허튼' 일자리인 불쉿 직업이 자본주의적 위계에 따라 증가하는 현상을 짚어내고, 이 사실이 미치는 심리적,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영향을 파헤친다.
저자는 선진국에서 충분히 기술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일만을 위한 일'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데 주목한다. 생산의 자동화는 인류에게 여가를 주는 대신 생산직을 없애고, 사실상 '가짜 일'을 하는 거대한 사무직 관리 업무 부문을 팽창시켰다.
책에서 말하는 불쉿 직업은 유급 고용직으로 그 업무가 너무나 철저하게 무의미하고 불필요하고 해로워서, 그 직업의 종사자조차도 그것이 존재해야 할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직업 형태다. 종사자는 그런 직업이 아닌 척해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3분의 1이 자기 직업이 세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네덜란드에서는 자기 업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답한 이가 40%에 달했다. 사무실 책상 앞에서 죽은 지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회계 감사관, 6년 동안 자리를 비우고 집에서 철학을 공부해 스피노자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공무원의 일화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로만 여겨지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