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본입찰에서 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제시한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에 대해 완성차 업계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먼저 이들이 공언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수출은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는 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5일 이투데이 취재와 IB 업계 분석 등을 종합해보면 이엘비앤티의 사우디 수출계약은 수출이 아닌, 현지 산업단지 입주와 합작사 설립 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본입찰에서 5000억 원대 초반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엘비앤티 컨소시엄은 이후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상태다.
이앨비앤티 측은 본입찰 참여와 함께 △사우디 전기차 수출물량 확보 △미국 수출 확대 △이엘비앤티가 보유한 전기차 기술 이전 △FI(재무적 투자자) 파빌리온 PE를 통한 중장기 투자 확대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사우디 전기차 수출물량 확보'는 상당 부분 사실과 달랐다.
앞서 이엘비앤티는 지난 6월 "사우디 왕립위원회의 투자를 받아 현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라고 밝혔다. 이 수출물량을 쌍용차에 이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6월 사우디 정부와 국내 기업 21곳(이엘비앤티 포함)이 맺은 계약은 현지 산업단지 입주 및 조인트 벤처 설립 계약이다. 수출 계약이 아니라는 뜻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현지 왕립위원회가 사우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은 ‘메이드 인 사우디’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라며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외국계 기업과 조인트 벤처를 세우고, 비(非)석유 부문 사업을 육성해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기차 출시 모델과 양산 경험, 부품 조달능력 등이 확인되지 않은 곳과 계약을, 그것도 일반 기업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수입 계약을 맺는 일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후 이엘비앤티 측과 사우디 현지 정부와 합작사 설립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6월에 협약식을 맺었던 국내 기업은 7월 사우디 정부 초청으로 현지에서 합작사 협약식을 맺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들은 7월부터 외교부를 통해 기업투자(D-8 비자)와 무역경영(D-9 비자) 사증을 발급받아 현지로 출국했다. 출국 전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지참, 현지 자가격리도 면제받았다. 그러나 이엘비앤티는 아직 현지 정부와 조인트 벤처 협약식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의 미국 수출 가능성에도 의문이다.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한 카디널은 미국과 캐나다에 확보한 130여 곳 딜러망을 통해 픽업트럭(렉스턴 스포츠)을 수출하겠다며 자신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달리 “카디널의 미국 현지 딜러망이 현재는 사라진 상태"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미 딜러 협의회 홈페이지에서도 카디널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엘비앤티 관계자는 “사우디 사업을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중이고 합작사 협약식도 조만간 추진할 것”이라며 “사우디 전기차 수출물량 확보 내용은 영업비밀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미국 수출 망이 붕괴해 있다는 IB 업계의 주장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130여 딜러망을 지닌 HAAH 오토모티브가 파산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카디널 측이 100곳이 넘는 판매회사와 관계회복을 진행 중인 만큼, 머지않아 기존 딜러망을 모두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