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배달원 출신 아뎀 파타푸티언
야구선수 출신 교사 보고 과학자 꿈 키운 데이비드 줄리어스
2021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뎀 파타푸티언(54)과 데이비드 줄리어스(66)의 독특한 사연이 화제다.
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파타푸티언 스크립스연구소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 박사는 레바논 출신 미국인으로,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15년 동안 이어진 레바논 내전을 겪으며 자랐다.
이후 그는 18세가 되던 1986년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대학 입학 전에는 1년간 피자 배달 일을 하며 아르메니아 신문에 점성술 기사를 기고하는 등 다양한 일을 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의학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연구소에 들어간 그는 “기초 연구와 사랑에 빠졌다”면서 “그게 내 직업의 향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파타푸티언 박사는 “레바논에서는 과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경계에 흥미를 갖게 됐지만 촉감과 통감(痛感) 연구에 더 끌리게 됐다고 밝혔다. 뇌 자체를 연구하는 것보다는 감각 체계 연구가 더 쉬워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파타푸티언 박사는 과학자의 존재조차 모르던 어려움을 딛고 노벨상 수상이라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공동 수상한 데이비드 줄리어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SCF) 교수도 독특한 계기로 과학자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줄리어스 교수가 다닌 뉴욕 브루클린 인근의 에이브러햄링컨 고등학교에는 마이너리그 야구선수 출신의 물리학 교사가 있었는데, 줄리어스는 그가 야구공의 궤적을 계산하는 법을 설명 듣고 과학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줄리어스 교수는 “그는 내게 ‘어쩌면 과학을 해야 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해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에 생존에 고통보다 더 중요한 감각기관은 없다고 생각하고 타란툴라 독거미·산호뱀의 독소, 고추의 캡사이신, 겨자무·고추냉이의 톡 쏘는 화학성분 등 자연계의 다양한 물질을 연구했다.
두 수상자가 수상 소식을 알게 된 경위도 흥미롭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발표 시간이 수상자들이 사는 곳에서는 새벽 2시 반이었기 때문에, 노벨위원회는 수상 소식을 알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밤새 전화기를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해 놓았던 파타푸티언 박사는 94세인 아버지를 통해 수상 소식을 접하게 됐다. 파타푸티언 박사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노벨위원회가 그의 아버지에게 연락했기 때문이다.
줄리어스 교수 역시 타인에게 수상 소식을 전달받았다. 줄리어스 교수의 연락처를 몰랐던 노벨위원회는 그의 처제에게 수상 소식을 알렸고, 줄리어스 교수는 이를 전달받았다.
월요일(4일) 생리의학상으로 시작된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화요일(5일) 물리학상, 수요일(6일) 화학상, 목요일(7일) 문학상, 금요일(8일) 평화상, 다음 주 월요일(11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