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탈통신 ‘디지코’ 전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선 데 이어 전담 조직까지 꾸렸다. 수장인 구현모 KT 대표 역시 지속적인 M&A 의지를 드러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2일 KT와 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는 작년 3월 취임 이후 탈통신 분야에서 1조여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특히 이달 들어 M&A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앞서 8일 KT는 말레이시아의 글로벌데이터 전문기업 엡실론 지분 100%를 17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T가 이처럼 대규모 M&A에 나선 것은 10여 년 만이다.
글로벌데이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72조 원이며 2025년까지 40%가량 성장해 100조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엡실론 인수를 통해 글로벌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지역과 고객을 기존의 아시아 중심에서 유럽과 미국 등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이틀 뒤에는 KT그룹 미디어 계열사 지니뮤직이 464억 원을 투자해 ‘밀리의 서재’ 지분 38.6%를 인수하고 1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지니뮤직은 국내 구독형 전자책 1위 기업인 밀리의 서재를 전격 인수하며 국내 최고의 ‘AI 오디오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KT는 M&A 전담 조직도 꾸렸다. 특히 신설 조직인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CEO 직속으로 편재했다. 이 조직은 △그룹 경영 및 사업전략 △국내외 전략투자 △외부 제휴ㆍ협력 등 기능을 통합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그룹 성장을 이끈다. 또 주요 그룹사의 기업공개(IPO) 추진과 투자 유치 등 기업가치 제고 전략 수립과 실행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조직을 이끌 수장으로는 윤경림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을 부문장(사장)으로 선임했다. 윤 사장은 그간 KT에서 미디어본부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하며 KT의 미래성장을 이끈 경험이 있다.
구현모 대표의 M&A 의지도 뚜렷해 추가 M&A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된다. 구 대표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예정된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 3사 대표자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M&A 기업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분야의 기업을 M&A로 고려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구 대표의 발언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지난해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M&A 전문가로서 이쪽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구조적인 준비는 마쳤고 내년 중 몇 가지 그림이 공개될 것”이라며 이 같은 속내를 일찌감치 드러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