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들 수억 '배짱 호가' 정부 규제에 '매물 잠김' 심화
서울 강서구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다.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는 가운데 아파트 공급마저 대폭 줄면서 매물 잠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2일 기자가 방문한 강서구 공인중개업소 분위기는 대체로 한산했다. 가끔 찾아오는 손님들은 하향 가격 매수를 문의하거나 싸게 나온 급매물이 있는지 묻고 이내 발길을 돌렸다. 가끔 울리는 전화기 너머로는 매도 호가를 높여 팔겠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현재 강서구의 집값 상승세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9월 둘째 주(13일 기준) 강서구 아파트값은 0.29% 올라 2주 연속 서울 내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강서구 아파트값은 6월 넷째 주(0.07%) 이후 11주 연속으로 한 주도 빠짐없이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
강서구 불장(불같이 뜨거운 상승장)에는 각종 개발 호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곡지구에는 총사업비 3조3000억 원이 투입되는 마곡 마이스(MICE) 복합개발사업이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컨벤션센터·호텔·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2024년 완공 예정이다.
마이스 복합단지 인근에는 LG사이언스파크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의도 3분의 1 규모 면적으로 LG전자 등 9개 계열사 연구개발(R&D) 인력 2만2000명이 입주해 있다.
마곡동 A공인 관계자는 “(마이스 복합단지와 LG사이언스파크에는) LG그룹을 비롯해 롯데·코오롱·넥센타이어 등 대기업을 포함한 98개 기업이 입주해있다”며 “내년까지 156개 기업이 입주해 상주 인력이 17만 명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개발 호재가 몰리며 인근 가양·화곡동의 집값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마곡동 ‘마곡엠밸리6단지’ 전용면적 114㎡형은 지난달 27일 18억75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4월 16억5000만 원에 거래됐던 종전 최고가보다 2억25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현재 호가는 20억~21억5000만 원에 달한다.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전용 152㎡형의 현재 시세는 18억~19억 원 수준이다. 이 아파트 해당 면적은 지난달 23일 17억 원에 팔렸는데, 한 달 새 1억 원 이상 오른 셈이다.
가양동 B공인 관계자는 “마곡지구와 인접한 중저가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강서구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매도 호가를 높여 부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을 강화한 정부의 세금 규제 때문에 매물 잠김이 심화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현재 강서구 아파트 매물은 1542건으로, 석 달 전(2136건)보다 27.9% 줄었다. 1년 전(3050건)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물이 적고 가격상승 기대감이 높아 매도자들이 배짱 호가 매물을 내놓고 있고, 이 때문에 거래량 급감 속 신고가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강서구 아파트값이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많아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