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양가 상한제ㆍ분양가 심사 개선
가격 산정 항목 늘리기로
지역 '동급' 브랜드 단지와 비교
국토교통부가 15일 발표한 '공급 확대를 위한 현장 애로 개선 방안'엔 분양가 상한제(택지비·건축비 원가에서 일정 범위 이상 이윤을 붙여 분양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제(HUG가 설정한 분양가 상한을 수용하지 않으면 분양에 필요한 보증을 내주지 않는 제도) 등 분양가 규제 개편안이 담겼다.
단지 규모·브랜드 가치별로 고분양가 심사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경우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는 항목을 담은 분양가 심사 업무 매뉴얼을 만들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에 쓰이는 건축비는 국토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와 구조 강화, 주택 고급화, 성능 개선 등에 들어가는 건축 가산비로 나뉘는데 그간 가산비를 인정하는 기준이 시·군·구별로 달라 분양가가 불합리하게 산정되는 일이 생겼다는 게 건설업계 불만이었다.
국토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앞세워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건 분양가 산정에 넣을 수 있는 항목을 지금보다 더 넓게 인정해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분양가 산정 요인이 늘어나면 건축비 원가도 높아지는 만큼 분양가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된다. HUG는 주변 단지 분양가(비교 사업장)와 지역 시세 등을 반영해 분양가 상한을 설정하는데, 건설업계에선 분양하려는 단지 인근에 최근 공급된 단지가 없으면 분양가 상한이 낮게 산정된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국토부는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주변 지역 분양가가 과도하게 낮으면 시·군·구나 시·도 평균 분양가를 반영해 합리적인 선에서 분양가를 정하겠다고 했다.
주변 시세를 산정할 때도 단지 규모와 브랜드 가치가 유사한 단지만 따로 추려 계산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단지나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지금보다 분양가를 높게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부동산시장에선 이번 개편이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서울이나 부산, 대전 등 대도시에선 HUG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제시한 분양가가 너무 낮다며 분양을 미루거나 아예 '후분양'(공정이 80%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분양하는 것)으로 돌아서는 단지가 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할 예정이던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총 1만2032가구)는 분양가 갈등으로 1년째 분양이 미뤄지고 있다.
다만 분양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청약 대기자에겐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업계 입장에선 분양가를 높이는 쪽으로 제도 운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청약 수요자로선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분양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분양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합리성을 높이면 업계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커지고 사업 계획도 보다 엄밀하게 수립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 제고의 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