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뒤 처음으로 한국에 기술력과 미래 비전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산업 현장과 자율주행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로봇이 결코 사람을 대체할 수 없다”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0일 오전 온라인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기술과 사업 현황을 소개하며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로버트 플레이터(Robert Playter) CEO는 “현대차그룹에 합류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이미 상당한 잠재적 협력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특히 현대차그룹의 물류 영역에서 공동의 목적이 많다. 최신 기술에 관한 연구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물류 하역을 돕는 ‘스트레치(Stretch)’ △이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로 구성된 자사의 세 가지 로봇 플랫폼을 소개했다.
스팟은 지난해 여름 출시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첫 번째 상용 로봇으로, 이동성이 뛰어나다. 네 다리를 갖고 있어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제자리에서 회전도 가능하다. 몸체 4면에 카메라를 장착해 지형과 지물을 인지하고, 이에 맞춰 발걸음과 보폭을 조절할 수 있다. 시간당 3마일가량을 걷고, 1회 충전하면 90분 정도 운행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스팟을 현장에 배치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협력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애론 사운더스(Aaron Sounder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첫 번째 협업 분야는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팩토리팀과의 협력”이라며 “스팟을 생산시설에 대한 이동식 점검, 경계 보안 솔루션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물을 들고 내리는 작업을 수행하는 최신 로봇 스트레치도 공개했다. 스트레치는 컨테이너 내외부로 이동해 50파운드에 달하는 무거운 상자도 들어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현재 시간당 약 800개의 상자를 옮길 수 있다.
플레이터 CEO는 “매년 5000억 개 이상의 상자가 사람에 의해 수동으로 이동되고 있고, 이런 작업은 끊임없는 반복과 과중한 부하로 가장 부상이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다”라며 “몇몇 주요 고객과 함께 시범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있지만,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공개한 아틀라스는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키는 1.5m, 무게는 89kg으로 사람만 한 크기다. 아틀라스는 28개의 유압 관절을 갖고 있어 정교하게 움직일 능력을 갖췄다. 걷고, 뛰고, 춤추는 것은 물론이고, 복잡한 체조 동작까지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시간 인식·모델 예측 제어 기능을 갖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등 사람과의 소통도 가능하다.
사운더스 CTO는 “아틀라스는 연구 플랫폼이라 아직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이 없다. 미래에는 다양한 로봇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텐데, 그때 아틀라스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자사의 로봇 기술을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운더스 CTO는 “스팟 로봇은 비전 카메라를 통해 경로의 방향, 높이, 장애물의 높이를 인지하고 데이터를 통해 이동하는 데 활용하지만, 레이더나 라이다를 통해서도 복잡한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라며 “자율주행차량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로보틱스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상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일축했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있는 만큼, 로봇은 이를 돕는 역할에 한정된다는 설명이다. 사운더스 CTO는 “로봇은 사람만큼의 지능이 없고 적응도 어렵다. 하지만, 가장 고단하고 반복적으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직업은 대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도와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과의 인적 교류도 추진한다. 플레이터 CEO는 “회사에 200여 명의 엔지니어가 있다”라며 “한국에서 인재들이 오고, 저희도 현대차그룹 연구소와 교류하며 함께 성장하려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