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경영①] 360가지 색깔 가전, 총천연색 스마트폰…당신의 선택은

입력 2021-09-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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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 (사진제공=삼성전자)

‘글램 썬 옐로우’, ‘코타 그리너리’, ‘미스트 그린’.

다국적 기업의 브랜드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색채를 앞세운 경영 전략이 확산 중이다.

과거, 특정 색채를 보면 해당 브랜드가 떠올랐으나 이제 컬러 경영은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획일화된 백색 가전이 수십 가지 색깔로 증가하는 한편, 자동차 역시 수천 가지 색채 조합으로 전에 없던 색깔이 등장하고 있다.

특정 색상만 봐도 단박에 해당 제품이 기억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은,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마케팅’으로 불린다.

전통적인 백색가전인 냉장고와 에어컨은 최근 몇 년 새 일제히 색옷을 입었다. ‘백(白)색가전’ 아닌 ‘백(百)색가전’으로의 변화다.

첨단 기능이 최우선으로 여겨지던 스마트폰 시장에선 제품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으로 ‘디자인’이 떠오르며 색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색깔 조사만 1년, 색 늘리려 생산 혁신까지…'컬러 가전'의 세계

컬러 가전 유행 기점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bespoke)’ 출시다. 첫 제품이었던 비스포크 냉장고가 출시될 당시, 백색가전의 대표 주자인 냉장고에 색을 입힌다는 발상에 업계 관심도 뜨거웠다.

당시 9가지에 불과했던 기본 패널 색상 수는 지난해 4월 15개, 올해 3월엔 22개까지 늘어났다. 패널 소재와 색상, 문 개수 등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는 만큼, 선택지의 수는 수천 가지를 넘어선다. 급격한 색상 폭 확장엔 출시 1년 만에 냉장고 판매량 비중 65%를 훌쩍 넘어서는 등 열렬한 고객 반응이 한몫했다.

올해에는 기본 패널 외에도 '나만의 색'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360개(프리즘 컬러)의 색상 선택지도 마련됐다. 글로벌 프리미엄 페인트 기업 ‘벤자민 무어(Benjamin Moore)’의 트렌드 색상을 지표로 삼아, 1차로 1360개까지 범위를 좁힌 다음 빈번하게 사용되는 기본 색채를 위주로 360개 색을 골라냈다.

▲ LG전자가 최근 더블매직스페이스, 일반 도어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 총 8가지 조합의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풀라인업을 갖췄다. 모델이 필요에 따라 디자인과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LG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 LG전자가 최근 더블매직스페이스, 일반 도어 디자인을 적용한 신제품을 출시, 총 8가지 조합의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풀라인업을 갖췄다. 모델이 필요에 따라 디자인과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LG 오브제컬렉션 상냉장 하냉동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의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컬렉션’도 대표적인 컬러 가전이다. 지난해 출시 당시 13가지 색상으로 출발해, 올해 2가지 색(레드 우드·클레이 브라운)이 추가됐다.

색의 확장은 전통적인 백색가전에서 그치지 않고 신가전까지 광범위하게 퍼졌다. 현재 삼성전자 비스포크 시리즈는 집을 모두 포괄한다는 콘셉트 하에 쿠커ㆍ식기세척기ㆍ슈드레서 등 17종, LG 오브제컬렉션은 스타일러, 광파오븐 등을 더해 13종에 달한다.

일례로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프리즘 360 글래스 컬러링(Glass Coloring)’ 공법이 대표적 예다. 물감을 섞은 잉크를 미리 제작해 인쇄하던 전통적 방법에서 벗어나, 디지털 프린트로 패널에 색을 입히는 방식이다. 미리 잉크를 제작할 필요 없어 다양한 맞춤형 패널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서도 컬러 전쟁 치열

▲아이폰12 퍼플 모델. (사진제공=애플)
▲아이폰12 퍼플 모델. (사진제공=애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컬러'가 판매량을 결정하는 기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스펙 경쟁'에 여념 없던 스마트폰 제조사도 부쩍 디자인에 힘을 바짝 주는 양상이다.

과거 서너 가지에 그쳤던 스마트폰 신제품 색상 선택 폭은, 최근 몇 년 새 6~7개까지 늘었다.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등 제조사에 국한되지 않고 공통된 현상이다. 여기에 무선이어폰,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도 연계성 있는 컬러 전략이 눈에 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충성 고객을 사로잡으려는 가지각색 '색채마케팅'도 펼쳐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20 FE(팬에디션) 제품 개발 단계에서 1만 명이 넘는 삼성 멤버스 회원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색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신제품 발매도 선호도 상위권을 기록한 색 위주로 이뤄졌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12 출시 이후 7개월 만인 올해 4월 아이폰12 퍼플 컬러를 새로 추가했다. 신제품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나고 추가 색상을 출시하면서 신제품 구매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색깔은 MZ세대 공략 수단이자 점진적 혁신 최적화 도구”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기업 혁신전략과 다양해진 소비자 욕구가 만난 결과라고 분석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혁신은 대표적으로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과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 두 가지로 나뉜다. 기업들로선 급진적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파괴적 아이디어 발굴을 이어가면서도, 기존 고객을 위한 점진적 혁신 노력도 필요하다"라며 "이런 차원에서 색이나 디자인 변화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좋은 요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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