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였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이름을 바꿨다. 단순한 명칭 변경에 머물지 않고 행사의 규모와 형태, 참가 범위, 개최 지역 등이 크게 달라졌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지난 7월, 'IAA(Internationale Automobil Ausstellung 모빌리티‘ 개최 계획을 밝히고 구체적인 변화를 설명했다.
행사에는 글로벌 자동차 및 모빌리티 업체 700여 곳이 참가해 신차와 미래 기술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 중인 가운데 커다란 변화를 추진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 국가와 기업들은 ‘안정적 체제 유지 속 위기 돌파’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대대적 변화는 자동차 선진국인 독일이 기득권을 먼저 버리고 ‘고정된 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반드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라는 자동차 업계의 절박함도 담겨있다.
이름이 달라진 만큼, 내용도 크게 변했다.
우선 개최장소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옮겼다. ‘프랑크푸르트’라는 도시 자체가 자동차 산업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차, 특히 아우디와 폭스바겐・포르쉐 등이 이곳을 중심으로 역사를 이어왔다. 지난 70여 년 동안 프랑크푸르트와 모터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도 했다.
결국, 이 도시를 떠나 뮌헨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도 자동차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다. 진정한 모빌리티쇼로 거듭나겠다는 주최 측의 의지도 담겨있다.
행사명에서 모터를 떼어내고 모빌리티를 앞세운 만큼, 참가 범위도 크게 확대됐다.
21세기 들어 모빌리티, 즉 ‘이동성’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자동차가 지닌 이동의 역할 범위는 감소했다.
예컨대 이전까지는 자동차를 타고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했다면 이제 자동차 이외에 여러 수단이 사이사이를 파고들고 있다.
문밖에 나서는 순간부터 전동 스쿠터→자동차→도심 항공 교통→다시 자동차→다시 전동 스쿠터 등을 거쳐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런 수단을 활용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커넥티드 또는 차량 공유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전체 과정을 모빌리티로 보면 된다.
이번 IAA 모빌리티쇼에는 일련의 과정을 책임질 다양한 이동 수단이 등장한다.
세계 인구의 80%가 도시에 사는 상황에서 IAA 모빌리티는 자율주행차와 현대적인 자전거 도시 공간을 위한 커넥티드 마이크로 이동성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례적으로 전동 스쿠터와 자전거 등이 행사에 등장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번 행사에는 이례적으로 전동스쿠터와 자전거까지 등장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팬데믹 이후 독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형 전시회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나 완치자, 음성 진단검사 결과 제시자만 출입할 수 있다.
행사 기간도 열흘 넘게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던 프랑크푸르트와 달리 6일로 제한했다.
무엇보다 전시 행태가 달라졌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거대한 전시장에 자동차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뮌헨 전역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 행사가 이뤄진다. 단순하게 차를 보여주는 행사를 넘어 이동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야외 행사에 관심이 쏠린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은 자국 행사인 만큼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벤츠는 순수 전기차 5종과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 1종을 포함한 총 8종의 신차를 공개한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전기 비즈니스 세단 EQE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편안한 주행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델이라고 벤츠는 설명했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도 브랜드 최초 럭셔리 전기 세단 메르세데스-AMG EQS를 공개한다.
BMW 그룹은 ‘순환 경제(Circular Economy)’를 이번 행사의 핵심 주제로 삼았다. “다시 생각하고, 줄이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한다”라는 모토를 밝혔다. 순환 경제는 자원의 소비 감축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 가운데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불참을 선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하는 상황에 '오프라인' 행사 참여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전동화는 물론 세계 시장에 내세울 만한 모빌리티 전략의 '부재'도 불참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한국의 현대차그룹이 전략적인 현장 참가를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현대모비스도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도전장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