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6곳 중 29곳 '취소요청' 빗발
강제보다 민간시행 정책전환 필요
정부의 공공 주도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은 물론 인천과 경기 부천시, 대구,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이하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 철회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도심 복합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도심 복합사업 반대조직인 ‘공공 주도 반대 전국연합’(공반연)은 7일 정부에 인천 제물포·동암·굴포천역세권 사업 지정 취소를 공식 요청한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도심 복합사업은 공익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주민 3분의 2 동의로 나머지의 사유재산과 거주지를 강제 수용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도심 복합사업은 정부 2·4 공급 대책의 핵심 공급 방안으로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단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개발하는 사업을 말한다. 후보지 내 소유주의 10% 동의를 얻으면 예정지구로 선정되며,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 사업지구로 지정돼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다.
도심 복합사업 주요 후보지 내 주민 반발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번 인천 후보지 세 곳을 포함해 사업 철회를 요구한 지역은 전체 사업지 총 56곳 중 29곳에 달한다. 지난달 3일에는 제6차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중구 약수역 인근 구역에서 발표 열흘 만에 반대 의견이 나왔다. 약수역 인근 구역 내 주민들은 현재 사업 반대 주민 의견을 접수 중이다.
강남구 일원동 일대는 아예 주민들이 정식 후보지 지정 이전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자체의 사업 공모 추진 움직임이 포착되자 곧장 반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 밖에 서울 시내뿐 아니라 인천과 부천(소사역 일대), 대구(감상동·봉덕동)에서도 도심 복합사업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기존 후보지 가운데 추가 이탈 지역이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6월 국회 문턱을 넘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에는 도심 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된 뒤 6개월 이내에 주민 50% 이상이 반대하면 예정지구를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가 제안하는 용적률 혜택 낮거나 주민 분담금이 많아져 반대 여론이 우세해지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반대 여론 확산에도 정책 수정 없이 도심 복합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주민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어 지구지정 요건을 갖춘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 등 13곳에서 추석 전 주민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용적률과 주민 분담금 가이드라인 등 사업 세부사항을 설명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른 곳에선 2026년 말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민들이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자율성 침해와 공공임대주택 증가에 큰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공공개발을 억지로 유도하기 보다는 민간 시행 방식으로 진행하되 사업이 더딘 곳에 공공이 개입하는 형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