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보수 시 책임 소재 불분명"…조합원, 단일 건설사 입찰 선호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재건축 단지·1970가구)과 동작구 흑석11구역(재개발 단지·1509가구). 이들 정비사업지의 공통점은 15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데도 올 들어 시공사로 단일 건설사를 선정했다는 점이다. 2년 전만 해도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사업지에선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선 조합들로부터 찬밥 취급을 받기 일쑤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단독 시공사 선정 사례가 늘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들이 건설사 컨소시엄(2개 이상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것)보다 단독 시공사 참여를 선호해서다.
올해 진행된 주요 재건축·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단독으로 입찰한 건설사가 시공사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북가좌6구역(시공사 DL이앤씨)·흑석11구역(대우건설) 외에 서울 용산구 한남시범아파트(소규모 재건축)와 양천구 대경연립(재건축) 사업지에서도 각각 현대건설과 반도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올해 컨소시엄으로 시공사를 선정한 곳은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단지(대우건설·동부건설 컨소시엄)가 유일하다.
시공사 컨소시엄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31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바람에 자동 유찰됐다고 밝혔다.
조합은 곧바로 재입찰 공고를 내고 시공사 재선정 작업에 돌입했지만, 조합원의 반발로 재입찰 공고 철회를 검토 중이다.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으로 시공사가 선정되면 준공 후 하자보수 등에 있어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한 점, 여러 브랜드가 섞여 아파트 가치가 떨어지는 점 등을 이유로 재공고 시 '컨소시엄 참여 불가'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다음 달 16일 총회를 열고 추후 시공사 선정 입찰 조건에 반영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비사업 입찰에 나서는 이유는 사업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혈 경쟁도 적어 브랜드 홍보·마케팅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하지만 정비사업 조합원들 사이에선 컨소시엄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컨소시엄으로 지은 아파트는 시공 주체별로 담당 영역이 달라 같은 아파트라도 단지별로 시공 품질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불만이다. 건물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질 수 있다. 건설사들이 서로 책임을 떠안으려 하지 않아 입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대다수 정비사업지에선 조합이 시공사 입찰 공고 때부터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명시하고 입찰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단독 시공사 선정 시 신속한 결정과 사업 추진이 가능하고, 다수 건설사가 경쟁을 벌이면 더 좋은 사업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내 정비사업 물량이 귀한 상황에서 조합이 단독 입찰만 고집하면 사업성에 따라 시공사 선정을 두고 경쟁이 치열한 정비사업 단지와 유찰이 빈번한 단지가 뚜렷하게 갈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