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새로 선보인 1000㏄급 경형 SUV ‘캐스퍼’를 100% 온라인 판매하기로 했다. 판매사원의 고용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향후 온라인 판매 정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될 캐스퍼는 온라인을 통한 고객 직접판매(D2C) 방식으로 판매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전날 캐스퍼 전용 예약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얼리버드 예약(사전계약)’ 알림 신청을 받고 있다. 구매 희망자는 이달 중 얼리버드 예약이 시작되면 예약금을 내고, 공식 출시 이후에 사양을 확정한 뒤 본계약을 맺을 수 있다. 차량 출고와 탁송은 얼리버드 예약 순서대로 이뤄진다.
현대차가 특정 차종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차량 판매 방식은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캐스퍼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 생산하는 차량이라 이 조항을 비껴갈 수 있었다. 캐스퍼는 상생형 일자리로 출범한 GGM이 생산만 책임지고, 현대차가 판매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구조다.
노조는 고용 불안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판매위원회는 “사 측이 인터넷 판매방식을 도입하려는 의도는 향후 판매방식을 인터넷 판매와 홈쇼핑 등 비대면으로 해 영업노동을 배제하려는 것”이라며 “판권과 물량은 조합원의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고용안정 문제로 접근할 것”이라 밝혔다.
사 측은 대당 1000만 원대 초중반인 캐스퍼의 가격을 고려하면 대리점을 통한 판매가 수익성이 없고, 주요 고객층인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온라인 판매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노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지난달부터 ‘특별 노사협의’를 열어 온라인 판매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고용을 둘러싼 우려 탓에 국내 완성차 업계는 쉽사리 온라인 판매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엠(GM)이 지난달 출시한 전기 SUV ‘볼트 EUV’를 업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쉐보레 대리점판매연합회와 사전 협의를 거쳤기에 가능했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돼 다른 차종으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건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국내에서 판매사원 없이도 모든 물량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유럽과 인도 등 해외에서 ‘클릭 투 바이(Click to Buy)’라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도 인도와 러시아에 유사한 판매 시스템을 갖췄다.
이 때문에 판매 현장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향후 국내 완성차 시장에 온라인 판매가 확대될 수 있을지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기존 판매 사원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거나 온라인 채널과 협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일본에서 온라인 판매 사이트 ‘마이 토요타(My Toyota)’를 확대 개편하면서 기존 판매 사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안을 내놓았다. 온라인으로 구매 상담을 제공하는 점은 타사와 유사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채널 간에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해 기존 딜러와 협업을 유도했다. 자체 구독 서비스와 시승차를 활용한 서비스를 오프라인 딜러에게 맡기며 역할을 재정립하는 과정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ID.3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폭스바겐 역시 기존 판매사원을 통해 구매 상담과 시승, 정비 서비스를 제공한다. 볼보는 판매 현장에 온라인 판매 채널 운영을 맡기는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