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행 사이의 대기시간에 자유롭게 휴식을 취했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버스기사 A 씨 등이 B 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B 사의 전·현직 운전기사인 A 씨 등은 △1일 20분의 운행준비·정리시간 △대기시간 △가스충전시간 등으로 초과된 근로시간에 대해 수당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회사는 “대기시간은 배차기준표에 의해 고정된 휴식시간으로서 근로자들이 회사의 지휘·감독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운행준비 및 정리시간 중 청소, 차량 내외부 점검 등은 근로자들이 하지 않고 회사에서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에서는 운행준비·정리시간과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양 측은 버스운행시간, 가스충전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1심은 “A 씨 등이 대기시간을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기시간이 실제 버스 운행시간에 따라 변동돼 일정한 시간이 확보되지 못해 운전기사들이 쉬지 못하거나 청소, 검차 등을 한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또 운행시간이 변경되는 경우 지시를 기다리면서 운행 대기를 해야 하는 점 등도 고려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대기시간 내내 업무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오히려 A 씨 등은 식사를 하거나 이용이 자유로운 별도의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휴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로 사정 등으로 배차시각을 변경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회사가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의 대기시간 활용에 대해 간섭하거나 감독할 업무상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기는 했으나 다음 운행버스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버스운전기사들이 이를 휴식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