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해원연합노조(해상 노조)가 92.1%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노조는 경쟁사로 이직하기 위해 단체 사직서를 제출한다.
23일 HMM 해상노조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전체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434명이 참여해 40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자의 92.1%가 파업에 찬성했다.
해상노조는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25일 사 측에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곧 진행될 육상노조(사무직 노조)의 파업 투표 결과를 보고 함께 쟁의에 나설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만, 사 측이 진전된 임금협상 안을 제시하면 교섭을 이어갈 의사가 있다는 뜻도 밝혔다.
해상노조는 2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내며 합법적인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육상노조 역시 19일 쟁의권을 확보했다.
사 측은 두 노조에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연말 결산 이후 장려금 200% 지급을 담은 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기존 요구안보다 줄어든 △임금 8% 인상 △격려금 800%를 제시했지만, 사 측은 이를 거부했다.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해상노조는 경쟁사로 이직하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선원법에 따라 운항 중인 선박에서는 파업이 금지되는 만큼, 효과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위스 해운사인 MSC는 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 선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며 HMM 선원에 손을 내밀고 있다.
해상노조가 계획대로 단체 사직하고, 육상노조도 파업 대열에 합류하면 국내 기업의 수출 물류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HMM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양 컨테이너 운송업을 영위하고 있고, 최근 해상운임 급등으로 선복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파업 가결 이후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1년 넘게 배에 갇혀 가정도, 부모님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내는 무의미하다”라며 “교대할 선원이 없는 것은 그만한 해상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정을 지키고자 MSC로 이직을 위해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다. 중요한 직업이라는 이유로 파업까지 막아놨는데 처우 개선을 못 해준다는 건 인력 착취이며, 선상 노예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