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의 허리가 꺾이고 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쉰' 30대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취업자도 모든 연령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30대 일자리 공백이 유독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4일 이투데이가 국가통계포털(KOSIS)과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30대 인구는 29만2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병원 치료나 육아, 가사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실업자로도 분류되지 않는데 실업 상태로 전락하거나 아예 구직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쉬었음 인구는 30대와 60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30대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17개월째 증가세다. 60대 쉬었음 인구는 2017년 1월부터 55개월 연속 늘고 있다.
쉬었음 인구는 통상 정년퇴직, 은퇴 등으로 경제활동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많다. 60세 이상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고령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해 3월부터 증가한 30대 쉬었음 인구는 그만큼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30대 쉬었음 인구는 전년동월대비 15.5% 늘어나면서 60대(6.5%)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 격으로, 한창 일할 나이인 30대가 사실상 은퇴 연령인 60대보다도 훨씬 빨리 구직 무기력증에 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7월 기준 30대 취업자 수도 전년동월대비 12만2000명 감소했다. 모든 연령을 통틀어 취업자가 감소한 연령대는 30대뿐이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54만2000명 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통계청 관계자는 "30대가 가장 많이 취업하고 있는 산업은 제조업과 도소매업인데, 도소매업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제조업도 이번 달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주로 청년층 위주로 취업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제조업에 종사하는 30대 취업자는 105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8% 감소했다. 반면, 같은기간 제조업 전체 취업자수는 오히려 6000명(0.1%) 늘었다.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30대 취업자도 지난달 73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6% 줄었다. 도소매업 전체 취업자수도 같은 기간 18만6000명(5.3%) 줄었지만, 30대 충격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대 전반과 60대 같은 경우에는 정부의 공공 일자리로 인해 취업자가 늘었지만 30대는 민간 일자리 부문에서 돌파구가 없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라며 "30대가 오히려 실제로 어려운 노동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