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문화재단의 '클래식 레볼루션'의 올해 주인공은 브람스와 피아졸라다.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프로그래밍으로 유명한 독일 출신 지휘자 크리스토퍼 포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술감독과 지휘자로 나선다.
낭만주의 시대에 고전주의를 바탕으로 방대한 작품을 남긴 브람스와 불꽃과도 같은 정열의 음악을 만든 피아졸라를 한 프로그램으로 묶은 데는 포펜 감독의 계산이 있었다.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포펜 감독은 "관객 입장에서 스스로 쉽게 선택하거나 조합할 수 없는 걸 프로그래밍해서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클래식 레볼루션'을 전체적으로 경험하면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길러지면서 큰 에너지를 얻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 3번, 4번(서울시향, 코리안심포니, 인천시향) 피아노 협주곡 1번~2번(선우예권, 이진상), 바이올린 협주곡(김동현), 브람스 현악 4중주 1번~3번, 피아노 5중주, 현악 6중주, 클라리넷 5중주(노부스 콰르텟, 이한나, 박유신, 선우예권, 김한),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김수연, 이진상) 등 브람스의 명작을 만날 수 있다.
포펜 감독은 "화재, 물, 기후변화 그리고 코로나까지 여러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지금, 살아가기 힘들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브람스는 삶의 어두운 지점에 대해 많이 고뇌한 작곡가였다.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다 보면 브람스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브람스의 4개의 교향곡은 모두 대작으로 꼽힌다. 포펜 감독은 이 중에서도 4번 교향곡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가장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완벽한 균형과 성숙미 속에 파워풀함이 관객에게 가장 잘 전달되는 곡이기 때문이다.
포펜 감독은 "1~2악장은 브람스의 곡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감미로운 요소가 있고, 3악장에선 행복하고 즐거우면서도 멜랑꼴리한 정서가 층층이 담겨져 있다"며 "4악장은 르네상스 음악 같다가도 8마디를 기본으로 짧은 시간 안에 비약적으로 다양한 음악적 특색을 보여준다. 그의 에너지가 상승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피아졸라는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다. '피아졸라 & 그의 유산'이라는 테마로 꾸며질 이번 무대에서는 그의 대표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윤소영)를 비롯해 리베르탱고(성남시향, 고상지) 망각(고상지, 박규희) 등을 들을 수 있다. 피아졸라의 음악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모차르트와 생상스의 음악까지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생상스 오르간 교향곡(박준호),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함경)도 준비됐다.
포펜 감독은 지난해 자가격리를 감수하면서 입국해 축제를 이끈 경험이 있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승인 하에 자가격리 면제를 받아 포르투갈의 '마르바오 페스티벌'을 마친 후 11일 입국했다.
포펜 감독은 "지난해 '클래식 레볼루션'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 취소되기도 했지만, 최고의 역량을 보여드렸다"며 "올해도 상황이 비슷하고, 확진자 수도 계속 오르고 있지만 최고의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