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美 시장에서 형님 현대차 잡는다

입력 2021-08-0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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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대 규모 현지공장 한 곳씩 운영
현지 소비자단체 품질조사 기아 우세
현대차 첫 픽업 ‘싼타크루즈’에 기대
기아 구형 스포티지 여전히 美서 인기

▲기아의 미국 판매가 1월에 이어 7월에도 현대차를 앞질렀다. 하반기 현지 출시를 예고한 스포티지와 첫 전용전기차 EV6 등이 가세하면 내년부터 현대차와 판매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자료=HMA, KMA)
▲기아의 미국 판매가 1월에 이어 7월에도 현대차를 앞질렀다. 하반기 현지 출시를 예고한 스포티지와 첫 전용전기차 EV6 등이 가세하면 내년부터 현대차와 판매 격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자료=HMA, KMA)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기아 판매실적이 현대차를 앞질렀다.

올해 들어 기아가 현대차를 추월한 것은 1월에 이어 두 번째. 하반기 스포티지와 EV6 등 기아 신차가 대거 가세하면 미국 시장 연간 판매량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아가 현대차를 앞지를 가능성이 커졌다.

3일(현지시간)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법인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약 19% 증가한 6만8500대를 판매했다.

증가율만 따져보면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다.

기아 역시 3월 판매부터 사상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7월 판매까지 5개월 연속이다.

지난달 기아의 미국 판매는 전년 대비 34% 증가한 7만99대로 집계됐다. 이날 현지매체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현재 기아의 미국 재고량은 경쟁사와 비교해 가장 낮은 1개월 수준이다.

재고는 남은 물량 대신 날짜로 환산해 발표한다. 현재 기아는 적정 재고량(약 60일 판매분)을 확보하지 못할 만큼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눈여겨볼 점은 올해 들어 기아가 미국 현지판매에서 두 번이나 현대차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7월 누적판매 기준으로 여전히 현대차가 약 3만 대 많지만, 추세를 살펴보면 기아의 약진이 점쳐진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현지 공장을 한 곳씩 가동 중이다. 2005년에 현대차가 앨라배마 공장을, 2010년에는 기아가 조지아 공장을 준공했다. 두 곳 모두 '현대차 아산공장 설계도'를 기반으로 세운, ‘연산 30만 대’ 규모의 동일한 공장이다.

‘현지생산 현지판매’ 전략만 고려하면 기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기아는 바로 국경 너머에 기아 멕시코 공장을 운영 중이다.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미국 수출전략 기지’다.

표면적으로 기아가 미국 이외에 멕시코 공장을 한 곳 더 운영 중인 만큼, 현대차보다 유리하다. 다만,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현대차의 미국 수출형 소형차(엑센트)를 ‘생산대행’ 중인 것을 고려하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만은 아니다.

결국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전략, 브랜드 이미지, 제품 전략 등에서 차이가 결정 난다.

먼저 최근 미국 현지에서 기아가 약진하는 이유는 신차 효과다. 현대차 신차들이 2019~2020년 사이에 쏟아졌다면 기아 신차 효과는 지난해 시작해 '현재 진행형’ 이다.

▲2010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판매는 연간 20만 대 차이를 보였다. 기아 조지아 공장 준공(2010년) 이후 이 격차는 점진적으로 줄어 지난해 기준 3만 대 미만으로 감소했다. 기아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신차 효과를 누리게 되면 연간 기준 현대차 판매 추월도 점쳐진다.  (자료=현대차/기아)
▲2010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현지판매는 연간 20만 대 차이를 보였다. 기아 조지아 공장 준공(2010년) 이후 이 격차는 점진적으로 줄어 지난해 기준 3만 대 미만으로 감소했다. 기아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신차 효과를 누리게 되면 연간 기준 현대차 판매 추월도 점쳐진다. (자료=현대차/기아)

기아는 지난해부터 미국 현지시장에 K5와 쏘렌토, 카니발 등 신차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신차 러시’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최근 ‘현대차 추월’을 일궈낸 기아의 효자 모델은 K3(현지명 포르테)와 스포티지(구형 4세대) 등이다. 7월 현지에서 팔린 기아 신차(7만99대) 가운데 K3와 스포티지는 각각 1만2423대와 1만626대를 기록했다. 두 모델 모두 꾸준히 월 1만 대 넘게 팔리는 효자 모델이다.

하반기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올해 또는 내년 판매에서 기아가 현대차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먼저 올 하반기에 기아 5세대 신형 스포티지가 미국에 출시된다. 구형조차 월 1만 대 판매를 기록 중인 만큼,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 관계자는 “미국 수출형 스포티지를 생산하는 (기아) 광주공장에서 얼마만큼 (수출) 물량 대응을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사상 첫 전용 전기차인 EV6도 하반기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 구체적인 판매 개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와 달리 7세대 아반떼 출시 이후 현대차 신차 소식은 뜸해졌다. 다행히 현지생산 첫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앞세워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한미FTA 개정안에 따라 수출이 아닌, 현지생산으로 계획을 수정한 전략 모델이다. 현대차 측은 싼타크루즈 판매가 본격화될 경우 기아와의 격차는 다시 벌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005년 기준으로 현대차 미국 판매가 기아보다 18만 대나 많았다. 2018년에는 이 격차가 10만 대 미만으로 줄었고, 작년에는 약 2만5000대 수준까지 좁혀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미국 수출형 물량을 뽑아내는 공장 규모만 따져도 현대차가 압도적"이라며 “최근 현지에서 기아의 약진이 뚜렷하지만, 신차 사이클을 고려했을 때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5세대로 거듭난 기아 스포티지도 미국 현지 출시를 예고했다. 내년부터 현대차와의 격차를 좁혀줄 효자 모델 가운데 하나다.  (사진제공=기아)
▲5세대로 거듭난 기아 스포티지도 미국 현지 출시를 예고했다. 내년부터 현대차와의 격차를 좁혀줄 효자 모델 가운데 하나다. (사진제공=기아)

한편, 지난달 국내에서도 기아 판매가 현대차를 앞질렀다. 이날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수 시장에서 기아의 7월 판매는 4만4544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등록 대수는 이보다 약 7200여 대 모자란 3만7335대로 집계됐다.

이는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이 전기차 생산설비 공사를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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