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생ㆍ무더위 잡은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디지털화는 ‘숙제’

입력 2021-08-01 17:00 수정 2021-08-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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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중앙에 디지털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29일 무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중앙에 디지털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29일 무더위를 피해 나온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장사 할 수 있어요. 원래는 층높이가 낮아서 습도가 높았는데 지붕을 높게 지어 쾌적해졌어요. 가게마다 간판 글씨도 통일돼서 깔끔합니다.”

7월 30일 오후 찾은 망원시장 내부는 햇빛을 막아주는 높은 천정과 상시 돌아가는 에어쿨러로 시원하고 쾌적했다. 무더위를 피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곳곳에서 과일과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 입구에 설치된 큼직한 안내판, 스크린 광고판은 복합쇼핑몰에 온 듯한 기분을 자아냈다. 시장 내 통일된 간판은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망원시장은 2008년 현대화 사업을 마치고 개폐식 슬라이딩 기능이 있는 지붕과 LED 입체조명, 환기창 등을 설치했다. 여기에 고객 쉼터, 전광판 등 편의시설을 만들고 진입로를 정비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상인과 시민들 모두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 설치된 에어쿨러가 작동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에 설치된 에어쿨러가 작동하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장 내 고객편의시설을 건립하고 낡은 시설을 재정비한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추진 주체가 중기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됐다. 서울 기준 전통시장 2019년 44곳, 2020년 49곳, 올해 52곳(예정)에서 시설 현대화 사업이 진행됐다.

망원시장에서 어묵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51)는 “다른 시장보다 사람도 많고 에어쿨러까지 설치된 등 이렇게 현대화된 시장이 손에 꼽는다”라며 “방송도 많이 타고 유튜버들도 촬영을 많이 해 젊은이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일부 재래시장은 불볕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망원시장은 큰 매출 감소 없이 활달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옥수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조금 덥긴 해도 시장 자체가 시원하다 보니 괜찮다”라며 “내부가 선선해 지나가던 사람도 시장에 들르곤 한다”라고 전했다.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 '쇼핑카트 빌려드립니다' 현수막이 걸려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서울 광진구 자양시장에 '쇼핑카트 빌려드립니다' 현수막이 걸려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같은 시각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자양전통시장도 북적였다. 2005년 시설 현대화를 통해 주차장과 고객 쉼터를 만들고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시장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는 골목형 육성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입구에는 ‘쇼핑카트를 빌려드립니다’ 현수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반찬가게 상인 이모 씨(62)는 “20년 동안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나둘씩 바뀌는 모습이 좋다”라며 “현대화가 꾸준히 이뤄져서 시장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페전문점을 운영하는 30대 청년 문 모 씨는 “정부와 구청에서 지원해줘서 인테리어 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라며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차관도 방문하고 했는데,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시장이 된 것 같아 좋다”라고 말했다.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 높게 설치된 아케이드 아래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29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 높게 설치된 아케이드 아래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잠실새마을시장은 매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시장에 차가 다니지 않는 ‘차 없는 거리’다. 지난해 자외선을 막고 자연 환풍이 가능한 천장 아케이드 조성 공사를 진행했다. 자외선을 막고 화재 위험도 줄여 날씨와 관계없이 안전한 쇼핑 환경을 제공한다.

떡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48)는 “예전에는 여름만 되면 떡이 상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천장이 설치돼 더 오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라며 “시원하고 쾌적해 장사하기에도 더욱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시민 박 모 씨(75)는 “시장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데 예전에는 이곳에 차가 다녀서 이동하기 불편했다”라며 “지금은 보조기를 가지고 산책할 수도 있고 더위 걱정 없이 물건을 사게 돼 좋다”라고 밝혔다.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 설치된 아케이드.  (심민규 기자 wildboar@)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에 설치된 아케이드. (심민규 기자 wildboar@)

◇온라인ㆍ디지털화는 초기 단계...‘쇼핑카트’ 이용률 저조

코로나 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전통시장 현대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전통시장에서도 대형상점처럼 온라인을 통해 주문하고 배송하고 있는 온라인 장보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향후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전통시장 내 이용률은 저조하다. 현대화를 마친 일부 전통시장에서 애플리케이션과 포털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장보기, 배송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이를 활용하는 시민, 상인은 보기 드물었다.

잠실새마을전통시장에서 한약재를 판매하는 상인은 “온라인으로 뭘 하긴 하는데 하루에 한 건 있을까 말까”라며 “잘 안 들어오기도 하고 아직 익숙하지도 않다”라고 답했다.

박상철 자양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지난주부터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곧 활성화될 거로 생각한다”라며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지 별수 있겠냐”고 말했다.

현대화와 함께 도입된 ‘쇼핑카트대여 서비스’도 유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거리가 좁아 쇼핑카트를 끌기에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홍보 부족으로 이용률도 낮은 편이다. 통상 대여용으로 비치된 쇼핑카트 20여 대 중 절반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한 상인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홍보하고는 있지만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이용률을 보인다”라며 “또 “이름 명부를 쓰고 쇼핑카트를 빌려 가는데 기간 안에 반납하지 않거나 아예 안 가져오는 등 회수가 안 되는 경우가 있어 관리가 어렵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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