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속도경쟁의 키워드 ‘풀필먼트’가 뭐길래

입력 2021-07-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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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속도경쟁의 핵심 키워드로 ‘풀필먼트’가 떠올랐다. 같은 상품을 누가 더 싸게 파느냐의 가성비 경쟁에서 빠른 배송으로 경쟁의 축이 이동하면서다.

풀필먼트는 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로 물류 전문업체에 재고 관리와 입출고 등 물류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지칭한다. 직매입 상품을 직접 자체 배달해 배송 속도를 높인 쿠팡에 대적하기 위한 오픈마켓 사업자의 대안이다. 네이버가 CJ대한통운과 손잡고 ‘e풀필먼트’ 서비스를 강화허면서 쿠팡을 비롯해 롯데온, 이베이코리아 등도 풀필먼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직매입 ‘빠른배송’으로 패러다임 바꾼 쿠팡

초기 이커머스는 오픈마켓으로 판매자와 구매자의 중개를 돕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옥션을 비롯해 G마켓, 11번가 등 원조 이커머스를 비롯해 소셜커머스 3인방으로 불리던 쿠팡과 위메프, 티몬 역시 기본적으로는 오픈마켓에 베이스를 둔 중개 사업자였다.

전통 온라인 쇼핑업체의 수익 구조는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판매사나 제조사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수수료와 광고료를 챙기는데 머물렀다. 셀러는 자체 물류센터나 창고의 상품을 택배 등에 위탁하는 형태로 배송을 진행해 왔다. 주문에서 배달까지 통상 2~3일이 소요되면서 누가 더 낮은 금액에 파느냐는 저가경쟁에 집중됐다.

하지만 마켓컬리와 쿠팡 등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해 빠른 배송에 뛰어들며 온라인 쇼핑의 패러다임을 가성비에서 배송 속도로 바꿔놨다.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으로 이커머스에 파란을 일으킨 쿠팡의 핵심 역량이 바로 ‘직매입’과 ‘직접 배달’이다. 판매자의 상품을 미리 사들여 쿠팡의 물류센터에 입고시킨 후 주문이 오면 바로 직접 배송에 나면서 배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CJ대한통운 작업자가 군포 e-풀필먼트 센터에서 물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작업자가 군포 e-풀필먼트 센터에서 물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오픈마켓 1인자 네이버의 풀필먼트 진격…새벽배송도 저울질

그렇다고 직매입 상품만 빠른 배송이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여기서 풀필먼트라는 개념이 도입된다. 판매자의 상품을 택배 회사에 미리 가져다 놓으면 쿠팡 못지 않은 빠른 배송이 가능해진다.

쿠팡이 치고 올라오면서 더 이상 1위를 안심할 수 없게 된 네이버 역시 빠른배송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네이버는 오픈마켓을 베이스로 자체 물류에 투자하지 않아 그럴듯한 물류센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커머스 결국 네이버는 택배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과 협력하는 묘수를 냈다.

네이버는 지난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삼성전자 등의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대기업 상품을 CJ대한통운의 곤지암센터에서 곧바로 배송하는 ‘익일배송’에 나서며 시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아예 택배업체와 함께 ‘e풀필먼트 물류센터’를 구축해 전면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기업 상품 뿐만 아니라 중소 판매자의 상품도 빠른 배송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e풀필먼트’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택배사의 물류센터에 셀러 상품을 미리 들여놓고, 택배회사가 배송을 담당하며 배송 시간을 크게 단축시킨다. 원활한 작업을 위해 상품 보관과 출하, 배송 등을 관리하기 위한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플랫폼도 이달 초 내놨다. 여기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 7개 업체가 우선 참여한다.

중소 셀러의 상품 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역시 빠른 배송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협력을 강화해 곤지암, 군포, 용인 풀필먼트 센터에 이어 추가로 20만평 규모 이상의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익일배송은 내년부터 46만개 입점업체가 가능해질 전망이며, 새벽배송 관련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사진제공=특허청)
(사진제공=특허청)

◇쿠팡ㆍ롯데온도 ‘풀필먼트’ 장착해 추격…11번가는 아마존 상품 주문ㆍ배송

로켓배송으로 업계 2위를 꿰찬 쿠팡이지만, 여전히 1위라는 산은 높다.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오픈마켓 빠른배송에 나서면 업계 1위 등극은 더욱 먼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오픈마켓은 직매입과 비교도 되지않는 품목 수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이에 쿠팡도 지난해 7월 오픈마켓 셀러 상품을 빠른배송하는 ‘로켓제휴’로 맞불을 놨다. 올해 2월에는 ‘제트배송’으로 명칭을 바꾸고 네이버를 정조준했다.

‘제트배송’은 서비스 초기로 현재 취급 품목은 많지 않다. 하지만 미국 증시 입성으로 5조 원의 실탄을 장착하고 최근 3개월 새 1조 원이나 물류센터 건립에 쏟아붓기로 하면서 오픈마켓 경쟁력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물류센터에 풀필먼트 시스템을 장착하면서다. 쿠팡은 지난해 택배운송사업자를 취득하고, 최근에는 ‘쿠팡 풀필먼트 시스템’, ‘로켓포머천다이즈’ 등의 상표권을 제출하며 공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인수한 이베이코리아는 스마일배송에 이어 4월 ‘셀러플렉스(Seller Flex)’를 론칭해 신선식품 빠른 배송에 돌입했다. 유통사의 물류센터 대신 셀러의 창고를 활용한 시스템이지만 배차와 CS(고객관리) 등의 관리를 이베이가 맡는 일종의 풀필먼트 시스템이다. 현재 오픈마켓을 통해 신선식품을 팔지 않는 SSG닷컴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바로 배송’ 등으로 빠른 배송에 나서고 있는 롯데온도 향후 오픈마켓 셀러를 대상으로 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22년 가동될 충북 진천의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메가허브 3층에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풀필먼트 센터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역시 8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해 현재 6% 내외인 국내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직구 수요가 높은 아마존의 상품 10만 개 이상을 국내 물류 센터에 들여놓고, 11번가가 주문과 배달을 담당하는 풀필먼트 방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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