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리는 공정지도] 성공한 금수저에게 세상은 공정하다

입력 2021-07-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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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의뢰 '20·30대 인식조사' 결과 분석…부모 학력, 본인 사회계층 높을수록 공정화 부정적

이투데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4일부터 닷새간 전국 19~39세 남녀 500명에게 실시한 ‘20·30대 인식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P)),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1.5개 유형에서 불공정을 경험했다. 또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불공정을 경험했고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여긴다고 해서 공정화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 이유를 찾고자 기초데이터 답변값을 ‘불공정 경험도’, ‘공정성 인식’, ‘공정화 동의도’로 재구조화하고, 이틀 토대로 재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불공정 경험이나 공정성 인식보단 성별, 계층의식 등 개인적 특성이 공정화 동의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불공정 경험도’는 학업·입시지도, 취업·승진, 커뮤니티 활동, 공공서비스 이용 등 4개 유형에서 불공정을 경험했다고 답한 횟수다. 어떤 유형에서도 불공정 경험이 없다면 0점, 모든 유형에서 불공정 경험이 있다면 4점이다. ‘공정성 인식’은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5점 척도 7개 문항 답변의 평균값이다. ‘공정화 정의도’는 정부가 공정성 확보를 내세워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동의하는 정도로, 마찬가지로 1~5점 척도 7개 문항 답변의 평균값이다.

공정성 인식과 공정화 동의도의 신뢰도(크론바흐 알파계수)는 각각 0.852, 0.771이었다. 크론바흐 알파계수는 측정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척도로 0~1 사이의 값을 갖는다. 한 요인을 측정하는 복수 문항의 상관성을 따져 0.7 이상이면 신뢰도가 높다고 본다.

연령·성별 등 개인적 특성을 통제하고 세 요인 간 영향을 분석(회귀분석)한 결과, 공정성 인식이 1점 높아질 때 공정화 동의도는 0.16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공정하다고 인식할수록 공정화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가설과 상반된 결과다. 달리 표현하면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할수록 공정화에도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불공정 경험도는 1점 높아질 때 공정화 동의도를 0.09점 올렸다.

◇부모 교육수준 높을수록 공정화에 부정적

불공정 경험도, 공정성 인식, 공정화 동의도는 부모 교육수준(높은 쪽)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부모 교육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수록, 본인 소득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수록, 공정화 동의도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각각 0.10점, 0.11점 낮아졌다. 평균값을 보면 부모 교육수준이 초대졸 이하인 집단(274명)의 불공정 경험도는 1.42점이다. 공정성 인식과 공정화 동의도는 각각 2.67점, 3.55점이다. 대졸 이상(226명)에선 불공정 경험도가 1.68점으로 0.26점 높았다. 공정성 인식은 2.81점으로 0.14점 높았으며, 공정화 동의도는 3.43점으로 0.12점 낮았다.

부모 교육수준이 높은 쪽에서 불공정 경험도가 높은 건 진학·취업에 대한 높은 목표·기대치로 인해 상대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겪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체감적 불공정일 뿐 실체적 불공정은 아닐 수 있단 의미다. 이들 집단에선 공정성 인식이 1점 높아질 때 공정화 동의도가 0.22점 올랐다. 전체 표본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가설과 다른 결과가 나온 배경이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여기지만, 그 불공정조차 자신에겐 유리하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부모 교육수준 초대졸 이하인 집단은 불공정 경험도가 공정화 동의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불공정 경험도가 1점 오를 때, 공정화 동의도는 0.13점 올랐다. 부모 교육수준이 대졸 이상인 집단과 달리 이들이 경험한 불공정은 실체적 불공정일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 금수저에게 세상은 공정하다

부모 교육수준이 대졸 이상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주관적 사회계층이 최하위에서 하위, 중위, 상위, 최상위로 한 단계 높아질수록 공정화 동의도는 0.17점씩 낮아졌다. 부모 교육수준과 본인의 사회계층이 모두 높다는 걸 단순화하면 ‘성공한 금수저’다. 성공한 금수저에 가까울수록 공정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의미다. 본인이 성취한 사회계층을 ‘부모를 활용한 불공정의 결과물’이 아닌 ‘본인 노력으로 공정하게 얻은 결과물’로 인식하기 때문에, 틀을 바꾸는 공정화에 적대적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반면, 부모 교육수준이 초대졸 이하인 집단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불공정 경험도를 제외하고 공정화 동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변수가 성별이었다. 남성일 때 0.13점 낮았다. 부모 교육수준이 초대졸 이하인 남성은 부모 교육수준이 대졸 이상인 여성은 물론, 같은 조건의 여성보다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낮았다. 이를 토대로 부모 교육수준이 낮은 남성들이 여성 등 사회적 약자 배려를 명분으로 한 공정화를 ‘역차별’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분석 결과는 ‘자기중심적 공정론’의 결과물로 요약할 수 있다. 기득권층으로 여겨지지만 기득권층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 현재 사회계층에 부모 배경이 직·간접접으로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크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공정화’는 또 다른 불공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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