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 규제가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내 IT기업이 수혜가 예상된다는 증권가 분석이 나왔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아시아의 나스닥 지수'라고 불리는 홍콩 항셍 기술지수는 지난 16일 기준 올해 2월 최고점 대비 43.7% 급락했다. 이 지수는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 30개 종목으로 이뤄진 지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앤트 그룹 상장 중단, 올해 4월 알리바바 대상 28억 달러 벌금 부과, 플랫폼 기업 반독점 여부 조사 등 강한 규제에 나선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빅테크 규제는 인덱스 펀드,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패시브 자금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 빅테크 기업은 글로벌 신흥국 주가지수 시가총액 상위에 주로 포진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 신흥국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EM) 상위 10개 종목 중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투안 등 세 종목이 중국 빅테크기업이다. 이들이 MSCI EM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에 달한다.
중국 빅테크 규제는 국내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악재다. 외국인 수급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TF와 인덱스 펀드 벤치마크로 주로 활용되는 MSCI EM 지수는 중국, 대만, 한국 주식시장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차지하는 MSCI EM 내 비중 합산은 64.1%에 달한다.
실제 선진 대비 신흥국 주식시장 상대지수는 올해 2월 고점 대비 15.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 주식시장 상대적 약세는 중국 빅테크 규제에 따른 시가총액 상위종목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규제 모멘텀이 신흥국 주식시장 투자 매력 약화로 이어져 신흥국 향 패시브 자금 유입 둔화로 직결됐다.
다만 이는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가 기업 신규 상장에 제동이 걸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중국 정부가 이용자 100만 명 이상 플랫폼 서비스 기업 해외 상장을 직접 규제하기로 하면서 70여 개 예비 상장 기업들은 기로에 서 있는 상태다. 중국 기술주 상장이 증가하면서 신흥국 지수 내 중국 외 주식시장 비중이 기계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중국 기술주 대규모 기업 공개가 예상보다 감소할 경우 국내 주식시장 비중 하락에 따른 기계적 외국인자금 이탈도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현재 발생한 가격 조정 및 밸류에이션 하락, 자금 이탈이 정상화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 빅테크 규제 핵심은 시장 성장 억제가 아닌 독점 규제 및 관리 효율화 목적이기 때문이다. 향후 제자리를 찾아갈 때 신흥국 투자 매력을 복원시킬 수 있고, 이는 패시브 형태로 신흥국 주식시장 주요 축인 국내 주식시장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투자전략은 외국인 자금 이탈에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컸던 반도체, IT가전 등 IT 섹터 비중 확대"라며 "국내 대형 IT 수익률이 최근 중화권 지수와 동조화를 뒤로하고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