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업계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풍이 거세다. 전 산업이 기후변화 대응을 경영의 최우선 순위로 두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금융기관들도 ESG 투자의 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금융기관, 유럽은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ESG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2012년 13조3000억 달러(약 1경5218조 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40조5000억 달러로 3배가량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 추세대로라면 2025년에는 140조5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ESG 투자는 유럽과 미국이 85% 이상을 차지하며, 일본과 캐나다, 호주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유럽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적 펀드의 존재감이 부각되며 그 규모도 확대하고 있다. 대표 공적 펀드인 스웨덴 제2국가연금펀드는 2018년부터 운용자산 400억 달러 중 120억 달러를 ESG 벤치마크를 추종해 운용키로 했고,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네덜란드 연기금도 ESG 투자에 동참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후 유럽 전체 펀드 시장에서 1480억 유로(약 201조 원)가 유출됐지만, 반대로 ESG 펀드에는 300억 유로가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블랙록과 뱅가드 등 글로벌 최대 운용사가 주도하는 ESG 투자가 활발하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표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주주 권한 행사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블랙록이 주주 권한 강화에 기후변화를 명시한 건 처음이다. 올해 4월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디카보니제이션파트너스’라는 투자 펀드를 설립해 6억 달러를 초기 투자하기로 했고, 여기에 제3의 투자자를 모집해 첫 펀드에만 총 10억 달러를 조성할 계획이다. 자금은 전기·자율주행차와 배터리, 신재생 에너지 등의 분야에 투자된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지난해부터 ESG 지속 가능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에 ESG 전담팀을 꾸려 관련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들이 앞다퉈 탄소 중립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자산 기준 미국 3위 은행인 웰스파고는 2050년까지 기업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씨티그룹 역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약속했고, 골드만삭스는 이보다 이른 2030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도 탄소 중립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밖에 파리기후협약 이후 유엔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2030 목표를 채택하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위임을 받은 금융안정위원회가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대책반(TCFD)을 구성하는 등 ESG를 위한 세계 기업과 기관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