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이 전 세계에 공통 과제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억만장자들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대부분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갑부들로, 그동안 자신들이 설립하거나 운영해온 기업이 성장하면서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 배출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에 대한 ‘반성’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억만장자 중 가장 대표적인 환경 운동가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를 꼽을 수 있다. 2000년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세운 그는 2008년 MS 경영에서 손을 뗀 후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올해 2월 16일에는 저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을 출간해 자신만의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순 제로(net zero)’ 달성이다. 5~10% 수준의 단순 감축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지향하는 것이다. 게이츠는 선진국이 혁신적인 기후 솔루션을 개발해 2050년 탈 탄소화하고, 이를 전 세계에 저렴하게 공급해 대기권에 온실가스를 더는 배출하지 않는 ‘탄소 제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이츠는 2015년 ‘BEV(Breakthrough Energy Ventures)’라는 투자 펀드를 설립해 기후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운용 자금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BEV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혁신 벤처에 투자하는데, 여기에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등도 투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는 억만장자 중 하나다. 머스크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녹색 에너지 사용 확대를 목표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 ‘탄소세’ 지지자인 머스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4월 머스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연간 1000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포집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해법을 공모하는 ‘엑스프라이즈-탄소제거(XPRIZE Carbon Removal)’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1억 달러(약 1100억 원)의 상금을 약속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차 구입 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다고 했다가 탄소 배출 문제가 심각한 비트코인 채굴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직면, 결제 계획을 철회했다.
세계 최대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7월 아마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베이조스는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한 연구 전문 펀드 ‘베이조스어스펀드(Bezos Earth Fund)’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차세대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각종 연구 프로젝트에 2030년까지 100억 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동안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베이조스는 어스펀드의 첫 수혜자를 발표, 세계자연기금(WWF)과 국제자연보호협회(TNC),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환경보호기금(EDF), 세계자원연구소(WRI) 등에 7억9100만 달러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