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동차의 크기와 무게는 안전성과 비례한다. 크고 무거운 차가 상대적으로 충돌 또는 추돌 안전성에서 유리하다.
다만 제조사가 다양한 안전장비를 개발하고, 이른바 ‘충돌 상품성’을 개선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작은 차보다 큰 차가 안전하지만 둘 사이의 간격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ㆍIIHS) 조사에 따르면 다양한 안전장비가 의무적으로 장착되면서 실제 차 크기에 따른 사망자 격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1~1985년 사이 인구 10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연평균)는 작은 차가 175명, 큰 차는 약 77명이었다. 격차가 약 100명에 달한 셈이다.
이 격차는 2010년대 들어 크게 줄었다. 큰 차의 사망자는 1980~1985년 평균 77명에서 2010~2015년 사이 26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작은 차의 사망자는 평균 175명에서 62명까지 크게 줄었다.
작은 차가 여전히 안전성 측면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 그러나 안전장비의 강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도로의 선형 개선, 교통안전 정책 변화 등이 맞물린 덕이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올해 초 발표한 ‘2015〜2020년 국내 승용차시장의 차급별 수요변화’ 분석을 보면 지난 5년 간 SUV를 포함한 RV(레크레이셔널 자동차)가 크게 증가했다.
세단 판매 비중은 2015년 58.6%에서 2020년 47.7%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RV는 41.4%에서 52.3%로 10.9%포인트 증가했다.
국내 SUV 시장 확대는 소형이 주도했다. 시작은 2015년 쌍용차 티볼리였다. 이후 현대차 코나와 베뉴, 기아 스토닉과 셀토스,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등이 차례로 가세했다,
대부분이 소형차 플랫폼을 활용해 차대를 다시 짜고, 차 높이를 키워 SUV의 기능과 감성을 더했다. 이들은 크기가 작지만, 안전성은 절대 모자라지 않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신차 안전도 평가(KNCAP)에 따르면 국내 소형 SUV 대부분이 준중형과 중형, 심지어 대형 SUV에 견줘도 모자람이 없는 충돌 안전성을 나타내 관심이 쏠린다.
충돌 안전성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소형 SUV는 르노삼성 XM3다. 르노-닛산이 공동개발한, 충돌 안전성이 탁월한 CMF-B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한 덕이다.
한국에서는 르노삼성 XM3로, 유럽에서는 ‘르노 아르카나’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르노삼성이 디자인을 비롯해 개발 전반을 주도했다.
고급형 모델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한다. 러시아에서도 같은 아르카나를 생산한다. 다만 편의 장비를 덜어낸 저가형 기본모델이다. 판매 역시 러시아 내수 시장에 국한돼 있다.
KNCAP에서 르노삼성 XM3는 총 3개 안전성 평가항목에서 고루 좋은 점수를 받았다. 충돌 안전성 60점(100%), 보행자 안전성 14.80점(74%), 사고예방 안전성 13.37점(66.9%)으로 종합점수 88.2점을 기록하며 종합 1등급을 획득했다.
무엇보다 국내 소형 SUV 가운데 유일하게 충돌 안전성에서 60점대에 올라서며 대형 SUV인 쌍용차 G4 렉스턴(60점)과 같은 평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제네시스 GV80과 기아 쏘렌토 역시 르노삼성 XM3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
2위를 차지한 모델도 르노삼성이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직수입해 판매한 캡처(59.69점)다.
르노의 B플랫폼을 바탕으로 등장한 1세대와 달리 2세대부터 르노-닛산이 공동으로 개발한 CMF-B 플랫폼을 쓴다. 충돌 안전성 1위에 이름을 올린 르노삼성 XM3와 밑그림이 같은 셈이다.
뒤이어 3위에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59.49점), 4위는 기아 셀토스(59.36점)다. 5위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쌍용차 티볼리(56.90점)가 이름을 올렸다.
르노삼성은 “XM3의 밑그림이 된 신형 CMF-B 플랫폼은 엔진 베이 구조를 강화해 충돌 안전성을 높인 게 특징”이라며 “이런 구조는 전방충돌 시 엔진룸 변형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충격에너지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덧붙여 “고장력 강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운전자와 승객이 머무는 '캐빈룸' 구조를 강화해 충돌 또는 추돌 사고 때 승객석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