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意가 망친 전세시장] 전셋값 잡겠다더니…세입자 잡은 임대차법

입력 2021-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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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년간 아파트 전세계약 4건 중 1건이 '최고가'
신규 계약 전세 시세 급등…시장 혼란 부추겨
"제도 시행 따른 부작용 막을 대책 마련 필요"

▲정부와 여당이 세입자를 보호한답시고 강행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1년 넘게 전세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세입자를 보호한답시고 강행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1년 넘게 전세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서울 노원구 일대에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선의(善意)로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1년 넘게 전세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서울 곳곳에서 전셋값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최고가에 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선한 규제가 낳은 역설로,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투데이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이 시행된 지난해 7월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5만8755건을 조사·분석한 결과 1만5506건(26.4%)이 보증금 최고가·신고가 거래였다. 최근 1년 동안 서울 아파트에서 체결된 전세계약 4건 중 1건은 그 단지 내에서 가장 비싼 값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106주 연속 상승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 중간값(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값)은 지난해 7월 4억3514만 원에서 올해 5월 4억6170만 원으로 6.1% 올랐다.

전셋값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4억 원대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던 서울 노원구 중계동 현대3차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올해 5월 그보다 50% 이상 시세가 오른 6억 원에 전세 계약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삼익대청아파트에선 같은 달 전용 60㎡형 전셋집이 9억 원에 나가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5억 원을 넘지 않았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80% 이상 오른 셈이다.

전셋값을 요동치게 한 주범으론 지난해 바뀐 임대차보호법이 꼽힌다. 정부·여당은 지난해 7월 30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2+2년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제, 5% 전·월세 증액 상한제, 임대차계약 신고제를 도입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법 개정 다음 날 바로 시행됐다.

최장 4년까지 전셋값 오를 걱정 없이 세입자를 보호해주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한 번 전세계약을 맺으면 최장 4년 동안 임대 수익률이 제한된다는 불안심리가 임대인(집주인) 사이에 확산하면서 신규 전세 시세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높아진 전셋값에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 갱신을 선택하면서 물량도 줄어들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3일 기준 1만9752건이다. 지난해 같은 날(4만2147건)의 절반도 안 된다. 올해 연고점(2만3962건)보다도 17% 줄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전셋값 상승이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리고 매매가격이 전셋값을 끌어당기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여당이 세입자를 보호한답시고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한 제도(임대차법)가 세입자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며 "전세난은 물론 집값 불안까지 야기하는 임대차3법을 서둘러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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