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중개수수료 문제 삼아
10월 인프라 구축사업 표류
금융위원회가 오는 10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비대면·원스톱 대환대출(대출갈아타기)’ 인프라 구축 사업이 시중은행의 반대로 표류할 처지에 놓였다. 시중은행이 관리 감독 기관인 금융위 정책에 반기를 드는 일은 이례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수수료를 문제 삼고 있지만, 빅테크와 핀테크 위주의 플랫폼에 자칫 종속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6일 대환대출 플랫폼사업자 중 우선사업자 선정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케이뱅크, 금융결제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원원회는 시중은행의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이 그동안 우려했던 핀테크 업체에 대한 특혜는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금융위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해 낮은 금리의 대출로 보다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10월까지 은행과 카드사, 캐피털, 저축은행 등의 모든 대출 상품을 비교하고 다른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핀테크나 빅테크의 앱을 통해 대출상품을 선택해 대환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고객 요청에 따라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새 대출을 내주는 형태다. 금융당국은 각 금융사가 경쟁을 통해 낮은 금리를 제공하게 되고,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도 없어 소비자들의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당국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나 빅테크 업체가 제공하는 플랫폼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빅테크·핀테크에 내야 하는 중개 수수료를 문제 삼고 있다. 핀테크 업체에게 지불할 수수료를 문제 삼고 있다. 수수료 규모는 대출 원금의 1.6~2.0% 수준이다.
민간 주도 플랫폼 수수료가 너무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본다면 수수료 때문에 오히려 금리가 올라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문제 이면에는 빅테크와 핀테크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우려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의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을 선택하면 기존 금융권들은 단순 상품 공급자로 전락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약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에게 혜택이 집중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은행들이 빅테크 업체들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시중은행은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은행권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은 위원장은 지난 6일 “어느정도 심각한 건지 들어보겠다”며 “금융당국이 강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은행권과)대화하며 조금씩 의견을 좁혀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