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4중고’를 떠안게 됐다.
실적 부진, 철강 가격 인상, 인수합병 지연에 이어 노조 파업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지게 된 것이다.
실적 악화에도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노사 간 의견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달성한 대규모 수주는 일러야 내년 실적에 반영돼 현대중공업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내일부터 9일까지 매일 8시간씩 전면 파업을 강행한다. 작년 1월 출범한 현 노조 집행부가 벌이는 첫 전면 파업이다.
현 집행부 출범 이후 노조는 그동안 하루 8시간 근무 중 일부 시간만 파업했다. 연일 파업한 사례도 없다.
노조의 전면 파업은 2019년ㆍ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결과다.
노사는 올해 두 차례 2년 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조는 노사 합의안을 모두 부결시켰다.
노조는 부결 원인으로 기본급 동결을 꼽으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이날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수많은 투쟁을 통해 어렵게 교섭이 재개됐음에도 사측은 협상안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제 조합원들은 성난 목소리와 집행부 투쟁 결의를 한 데 모아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경고했다.
재계는 노조 파업으로 현대중공업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조가 일손을 놓으면 선박 건조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이 짊어진 리스크는 노조 파업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졌던 수주 부진이 올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75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올해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788억 원에 머무른다고 증권업계는 예상한다.
설상가상으로 배에 들어가는 후판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철강사와 조선사는 후판 가격을 톤당 10만 원 올린 85만 원에 합의한 바 있다.
철강사들은 하반기 협상에서도 가격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상승한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사들은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예년과 달리 후판 수입량이 적어 수급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우리나라의 중후판 수입량은 35만7000톤으로 작년(73만3000톤)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다.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ㆍ합병(M&A)은 좀처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기업결합심사를 계속 미루고 있다.
심사 지연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맺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 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연이어 울린 수주 낭보는 내년 실적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며 “노조 파업 등 여러 리스크로 현대중공업 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