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적정 인상률 어떻게 찾느냐가 해결 관건"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질수록 하위 10% 저소득층(1분위) 근로소득은 줄고, 상위 10% 고소득층(10분위) 근로소득은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중위 소득자들은 영향을 덜 받는 반면, 임시직이나 일용직 등 최하위 임금근로계층은 ‘일자리 감소’라는 역효과로 이어져 1분위 전체소득 하락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고소득층 소득 증가는 대기업 중심 노동조합이 최저임금 인상을 단체임금협상에 활용한 결과로 추정된다. 그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격차 확대로 보여지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적정 인상률을 찾아 적용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지금까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역대 정부 역시 이런 구조적 문제의 해결의지가 없었다.
4일 이투데이는 2003~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과 소득 분위별(1~10분위) 가구 근로소득 증가율(매 연도 4분기 기준)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인상률이 1%포인트(P) 높아질수록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0.566%P 낮아지고, 10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0.613%P 올랐다.
2004~2007년에는 1분위 근로소득 증가율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11.5%였다. 1분위의 소득 증가율 하락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극단적으로 높았던 해에 두드러졌다. 최저임금이 16.4%(2018년 결정) 올랐던 2019년 1분위 근로소득은 전년보다 47.1% 급감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일자리는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임시·일용직 임금근로자는 각각 0.3%, 7.0% 줄었다. 임금 인상이 최하위 임금근로자의 고용충격으로 이어지면서 소득격차 확대로 나타난 것이다.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이 5.4%였던 2011~2013년 1분위 근로소득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저소득층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방증한다. 즉, 인상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을 때 최하위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라는 역효과를 내는 것이다.
관건은 적정 인상률을 어떻게 찾느냐이다. 일자리 감소를 유발하지 않는 한계점까지만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전체 근로자는 물론 저소득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최저임금 결정구조에선 합리적 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사 중 한쪽의 이해관계에 치우치거나, 정권의 기조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만큼 적정 수준을 벗어나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인상률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중재자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간접적으로 정부의 입장만 대변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논의에 참여하는 노사 주체가 진영논리에 입각해 던지기 식으로 인상률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성숙한 자세로 생산적·타협적으로 논의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는 적용연도의 경제적 상황이나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객관적으로 예측하고, 그 결과가 심의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사에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