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세청 세금 환급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 등 ‘슈퍼리치(super rich)’들은 자산이 크게 증가했지만,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또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업가들은 총자산이 4100억 달러(약 458조 원) 증가하는 동안 연방 소득세로는 자산 증가분의 3%인 136억 달러(약 15조 원)만 냈다.
분노한 시민들은 세계 최대 청원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서 베이조스의 지구 재진입을 막아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베이조스가 동생과 함께 자신이 창립한 민간 우주탐사업체 ‘블루 오리진’의 첫 유인 캡슐 ‘뉴셰퍼드’를 타고 다음 달 20일 우주여행을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머스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남은 집 한 채도 팔겠다고 밝혔다. ‘쥐꼬리 세금’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전에도 미국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애국적 백만장자들’은 베이조스를 비롯한 정·재계 지도층 인사들의 자택 등에서 부자 증세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의 눈곱만 한 소득세 납부는 과연 불법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요’다.
미국 억만장자의 주요 재산 증가는 대부분 보유주식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주식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자금이 필요하면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할 수도 있다. 이들은 스톡옵션 외에 급여에 대한 욕심 역시 크지 않다. 일반 직장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지만 이들에게는 세금만 물게 되는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 물론 ‘무보수’ CEO라는 선한 타이틀도 얻게 된다. 텍사스로 이사한 머스크가 집을 팔고 임대로 사는 이유도 세금이 한 원인이다. 텍사스에는 소득세가 없는 대신 재산세가 다른 주보다 높다.
슈퍼리치들의 절세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원인은 복잡한 세제다.
미국 소득세법은 미로처럼 복잡한 거로 악명 높다. 1954년 제정된 내국세법은 1000페이지가 넘고 더 정밀하게 다룬 법원 판례와 국세청 규정은 1만7000페이지에 이른다. 일반 성경이 약 1800페이지 정도라고 하니 소득세법이 얼마나 복잡한지 절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소득세를 미국이라는 에덴동산에 도사리는 ‘뱀’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회피하기 어려운 유혹을 제공해서다.
내가 납부하는 금액만큼이나 남에게 부과되는 금액에도 관심을 두게 되는 게 세금이기도 하다. 상대적인 공정을 찾는 여정 중 하나다.
핀란드는 매년 11월 1일이 되면 모든 국민의 전년 1년간 총소득과 세금 납부 내역을 공개한다. 정해진 시간에 국세청 건물 안에서만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한다. 누구든 국세청에 찾아가 열람을 신청하면 다른 사람의 소득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핀란드는 19세기부터 빈곤층에 대한 세금 면제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개인들의 납세 내역을 공개하기 시작, 1950년대 현재와 같은 절차가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타임스는 핀란드의 이 같은 풍경을 국가적 ‘질투의 날’이라고 묘사했다.
우리나라 종합부동산세 제도가 고빗사위에 들어섰다. 상위 2%를 대상으로 종부세를 부과하면 전 세계적으로 처음이라고 한다. 종부세가 부유세로 등극하는 셈인데, 아직 뚜렷한 기준조차 잡지 못하는 모양이다. 국정운영이 모두 그렇지만 특히 세금 문제는 약팽소선(若烹小鮮)에 주의해야 한다. 생선을 익히려고 자꾸 뒤집으면 생선살이 다 부서져 버린다는 의미다.
적이 많을수록 친구도 많아진다고 하는데, 어쨌든 상위 2%에 종부세를 가장한 부유세를 부과하면 98%가 질투 세력이 돼 여당의 친구가 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갈등과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지겠지만 뭔 상관이랴. 대통령 선거가 코앞인데. vicman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