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청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인 만큼 이날 행사에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이날 행사가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윤봉길 기념관)에 관심이 쏠렸다. 윤 전 총장이 윤봉길 기념관이라는 장소에 어떤 의미를 담았느냐는 것. 과거 대선 출마 선언은 여의도 국회나 당사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19대 대선부터 최근 출마를 선언한 대권 주자들은 출마 선언 장소나 위치에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윤봉길 기념관을 출마 선언 장소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만든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인 헌법정신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국민들께 보여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윤 전 총장이 파평 윤씨로 윤봉길 의사와 본관이 같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윤 전 총장은 평소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윤봉길 의사를 꼽았다.
앞서 23일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파주를 출마 선언 장소로 선정한 이유로는 접경지대라는 점이 크다. 추 전 장관은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분단된 조국의 대동맥을 다시 잇겠다”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2017년 1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는 성남의 시계공장에서 19대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해당 공장은 젊은 시절 이 지사가 일했던 곳으로 인연이 깊은 공간이다.
또한 노동 현장인 공장을 선언 장소로 잡음으로써 서민 이미지를 부각하고, 노동자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6월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독립공원은 일제 강점기 서대문형무소가 있던 자리이자, 문 대통령이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다 수형 생활을 했던 곳이다. 장소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냄과 동시에 박 전 대통령과의 양자 구도에서 민주화 운동의 정통성 우위를 나타내기 위함으로 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7월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18대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이는 많은, 다양한 시민들이 왕래하는 ‘광장’이라는 장소 자체의 상징성을 강조해 오랜 기간 박 전 대통령의 약점으로 꼽혔던 ‘소통’ 부족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출마 선언 장소를 디지털 공간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최신 매체를 이용해 젊은 유권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이 4분가량의 영상을 SNS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5일 자신의 SNS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여권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도지사도 7월 1일 영상으로 20대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 지사 키워드 중 하나인 ‘실용’과 연관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상징적인 장소에서 화려하게 출정식을 진행하기보다 실용적으로 대선을 준비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