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규제개혁의 좋은 예, 수제 맥주

입력 2021-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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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

영국 수제 맥주 회사 ‘브루독(Brewdog)’은 맥주만 팔아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유니콘’이 된 기업이다.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맥주를 많이 먹는 나라가 영국인데, 영국 내 맥주 판매 순위를 보면 칼스버그(덴마크), 스텔라(벨기에), 페로니(이탈리아)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입 맥주들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맥주를 이렇게 많이 먹는데, 왜 맛있는 영국 국민 맥주는 없어?”라는 의문에 사업을 시작하고 유니콘 기업으로 일궈낸 창업자는 이제 38살이다. 브루독은 영국을 넘어 유럽 수제 맥주 시장을 제패하고, 우리나라에도 이태원에 매장을 여는 등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맥주 시장도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최근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맥주는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 ‘곰표밀맥주’이고, 국내 수제맥주 1위 회사인 ‘제주맥주’는 지난 6년간 연평균 148%씩 성장하며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소비자에게 익숙했던 수입 맥주들이 주춤한 사이 국산 수제 맥주 시장이 3년 만에 2.7배 성장한 것이다. 혹자는 이것이 반일감정에 기댄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볼테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이유는 국산 맥주, 특히 수제 맥주의 품질이 월등히 좋아졌고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술 얘기를 왜 하느냐 하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규제개혁의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류 관련법은 틀에 꽉 막힌 규제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에 필자는 우선 20대 국회에서 주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기획재정부와 함께 주세(酒稅)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종가세’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좋고 비싼 재료를 쓸수록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였다. 젊은 창업가들이 좋은 재료로 맛있는 맥주를 만들려고 해도 팔리지 않으니 못 했다. 반면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므로 좋은 재료를 쓴다고 해도 세금 인상의 부담이 없어 투자를 촉진하는 요소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주류산업을 규제하는 주된 관청 중 하나는 국세청이다. 그만큼 술값에서 세금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야구장에서 맥주를 파는 ‘맥주보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겠다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치맥’을 팔 때 페트병에 옮겨 담는 생맥주는 안 된다고 했던 것이 국세청의 이해하기 힘든 논리였다.

이에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의 시대에 뒤떨어진 주류 통신판매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구체적 사례로 지적했고, 다행히 국세청도 적극적인 마인드로 함께 규제개선 방안을 찾아 시행했다. 그 결과 지금은 ‘배달의민족’에서 음식과 주류를 함께 주문할 수 있다. ‘사이렌오더’와 같은 방식으로 편의점에서 앱으로 주류를 구매하고, 전국의 특색 있는 전통주를 매달 랜덤하게 배송받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 MZ세대가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편익을 누리는 서비스이다.

모름지기 규제개혁이란 이래야 한다. 나랏돈 한 푼 들어가지 않고, 매출이 늘고 일자리가 늘어났다. 세금이 더 걷혀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고 소비자의 편익은 커졌다.

미래를 걱정하는 MZ세대에게 몇십만 원이나 단기알바 일자리를 주려고 머리를 싸매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이 기성세대와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이다.

수제 맥주 팔아 유니콘 기업이 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꿈이 아니다. 지금도 경제현장에서 ‘열일’하는 청년세대에게 박수를 보내며, 규제개혁의 좋은 사례를 계속 발굴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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