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 제조 3사가 잇따라 악재를 맞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정되는 한편, 그나마 배편이 모자라 수출길도 막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완성차 회사는 지속해서 국산 타이어를 외면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타이어가 자국 타이어 및 재료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최종 판단하고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이날 ITC는 한국과 대만, 태국, 베트남의 승용차 및 경트럭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를 확정하며 “미국 산업에 상당한 피해를 줬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앞서 전미철강노동조합(USW)과 현지 타이어 기업 등은 한국산 승용차 타이어가 미국에서 공정가격 이하로 판매되고 있다며 ITC에 제소한 바 있다.
ITC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7월 “실질적인 손해를 입었다”라는 예비 판정을 내렸고, 연말에는 기업별 관세 부과 비율을 예비판정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각각 27.05%와 21.74% 관세율이 확정됐다. 넥센타이어는 이보다 낮은 14.72% 다.
관세 비율은 현지 타이어 판매량과 가격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전까지는 한미 FTA 협상에 따라 무관세였다.
미국 시장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그 외 수출지역으로 보내는 물량도 발목이 잡혔다. 선복, 즉 수출물량을 실어 나를 배편이 모자라 가동 중단을 겪기도 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 10일부터 닷새 동안 대전과 금산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셧다운 된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연간 2400만 개, 금산공장도 20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 중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해상 물동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증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 중견기업 역시 배편을 구하지 못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막힌 수출길을 뚫기 위해 내수로 눈을 돌려볼 수도 없다.
타이어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연간 국내 타이어 3사의 전체 물량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완성차 제조사에 납품하는 신차용 타이어(OE)는 8~10%다.
이밖에 20% 안팎이 일반 소비자들이 골라서 장착하는 교체용 타이어(RE)다. 나머지 70% 수준은 수출 물량이다.
문제는 OE, 즉 신차용 타이어 물량 감소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는 차종의 고급화와 다양화, 대형화 등을 추진하면서 수입 타이어를 속속 장착 중이다.
브랜드 출범 초기 한국타이어 노블 S2를 쓰던 제네시스는 이제 차종별로 △미쉐린 △브리지스톤 △콘티넨탈 타이어만 쓴다.
국내 완성차의 수입 타이어 장착은 고급차를 넘어 대중적인 중형차와 RV까지 확산하는 추세다. 당장 현대차 쏘나타 8세대 모델은 피렐리 타이어를, 기아 카니발과 쏘렌토 역시 굿이어 또는 콘티넨탈 타이어를 단다.
결국, 타이어 3사의 전체 생산 물량 가운데 차 회사에 납품하는 신차용 타이어 공급 비율은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17년 전체 생산량 가운데 8.8% 수준이었던 신차용 타이어는 지난해 6.5%로 2.3%포인트 감소했다. 이 비율은 올해 들어 1~4월 누적 기준 5.4%까지 줄었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차와 호화 고급 브랜드에서 수입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은 국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또 국산 타이어의 질적 향상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 환경 조성을 고려하면 긍정적이다”라면서도 “반면 대중적인 중형차나 미니밴까지 수입산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은 신차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불필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성능 UHP 타이어가 아니라면, 이 등급에서 국산 타이어의 성능과 내구성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