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G7 정상회의 핵심 어젠다 이끌어왔다는 평가
‘기후변화’ 대책에 앞장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끝으로 외교 무대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올가을에 독일연방 선거에서 출마 대신 16년 만에 퇴임을 앞두고 있다.
2006년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 권력자들의 외교무대 활동을 시작한 메르켈 총리는 15번째인 이번 회의를 끝으로 떠나게 된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메르켈 총리가 G7 정상회의에서 차분하고 조용한 작별인사를 했다”면서 그간의 메르켈의 G7 정상회의 활약을 전했다.
메르켈 총리의 G7 참석 기록은 1979년∼1990년 G7 정상회의의 일원이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의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러시아가 회원국으로 포함됐던 G8 정상회의가 G7으로 바뀌고,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 G7 회원국의 수장이 바뀌는 사이 메르켈 총리는 독일 총리직을 유지했고, 동시에 G7 내 유일한 여성 지도자 타이틀을 지켰다.
오일 쇼크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1975년 미국·영국·프랑스·서독·일본 등 주요 5개국(G5) 정상회의로 출범했다가 이탈리아와 캐나다가 참여하면서 1976년 G7이 된 이 회의는 1997년 구소련이 참여하면서 G8으로 확대됐다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러시아가 제외되면서 다시 G7으로 돌아갔다.
메르켈 총리는 첫 번째 임기였던 2007년 G7 의장국 역할을 하며 기후 변화가 글로벌 위협이 되고 있다고 공표했다. 특히 당시 ‘텍사스 오일맨’으로 불렸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글로벌 기후변화 협약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등 기후 변화 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4년이 지금 지난 G7 정상회의에 모인 정상들은 그가 처음 언급한 기후변화 위협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NYT은 설명했다. 그만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와 어젠다를 설정하는데 메르켈만의 예리한 통찰력과 추진력이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NYT는 “의례와 사진만 남게 되는 정상회담에서 세계경제와 관련 없다고 간과했던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양성평등 이슈를 공론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메르켈 총리는 자신만의 매력과 영향력을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메르켈은 유럽을 대표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 ‘민주주의 수호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다가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를 맞이하면서 미국 대통령 대신 서방세계의 리더 역할도 해야 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디벨트는 메르켈이 수개월 후 국제정치 무대를 떠나게 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통을 넘겨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영국 콘월에서 G7 정상회의 이틀째를 맞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건을 논의하는 세션 사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이후 메르켈 총리는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해서도 간단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과 독일이 노르트 스트림-2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