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재창출 위한 악역 자처 분석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권의 전략가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여권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4·7 재보선 이후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준석 돌풍으로 정권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국민의힘과도 대조되는 시점에 뼈아픈 메시지를 쏟아내 더욱 주목된다.
양 전 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권 재창출 비관적 요소 더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정부의 임기말 연착륙과 정권 재창출을 위한 악역을 자처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친문 인사는 13일 "양 전 원장이 당과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터닝 포인트를 위한 물꼬를 터주기 위해 총대를 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일부 여권 인사들을 만난 양 전 원장은 "경각심을 갖고 분발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며 "조국은 털어내고 문재인 대통령을 뛰어넘어야 민주당이 재집권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를 당과 차기 주자들이 냉정하게 평가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 이후에도 일부 강성 친문이 반발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는 상황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또 양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의 대의뿐 아니라 다음 시대로의 전환과 도약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기꺼이 양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얽매이지 않고 진전된 정책 비전을 자유롭게 제시해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을 개입시키면 안 된다. 문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친문 이름으로 특정 주자에게 줄 서면 안 된다"고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쇄신 작업과 함께 문 정부의 성과도 제대로 조명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
특히 그가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내각에 "능숙한 아마추어가 많다"며 비판한 것을 두고선 대통령과 참모·당 책임론을 분리함으로써 사실상 문 대통령을 보호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양 전 원장이 이대로는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 위기감 속에 여권에 화두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강성 친문의 반발을 무릅쓰고 쓴소리 역할을 자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