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여 백신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확대된 가운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백신 휴가’ 열풍이 불고 있다. 임직원의 건강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부족한 IT 인재를 사로잡는 전략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많은 스타트업이 백신 휴가를 도입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직원들의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에 대비해 유급 휴가를 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 등 몸집이 큰 스타트업 기업이 속속 백신 휴가를 도입한 상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했다. 접종 당일과 다음날까지 이틀간 유급휴가를 준다. 또한,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1, 2차 접종마다 각각 이틀씩 휴가를 지급한다.
여가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도 백신을 접종한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급 휴가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기간은 이상 증세 여부와 관계없이 접종 당일을 포함해 이틀로, 접종을 두 차례 진행한다면 총 나흘간 휴가를 받을 수 있다. 개인 연차를 사용해 백신 접종을 한 경우엔 연차를 복구해준다.
여기어때 역시 백신 휴가를 시행한다. 마찬가지로 접종일을 포함해 이틀이며, 이상 증세를 진단받으면 각각 최대 5일까지 유급 휴가를 추가할 수 있다. 최대 14일의 유급 휴가를 부여하는 셈이다.
이 외에도 패션 유니콘 무신사, 커머스 플랫폼 기업 ‘브랜디’, 쇼핑 앱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 등 많은 스타트업이 백신 휴가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업도 있다. 당근마켓의 경우 휴가 일수에 제한이 없어 백신 접종 이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자율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벤처투자 업계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도 이날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접종하는 모든 임직원에 최대 4일의 유급 휴가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택근무를 권장해 임직원의 빠른 회복을 돕겠다고도 덧붙였다. 접종 예약을 하지 못한 인원의 경우 사내에 갖춘 코로나 19 진단 장비를 통해 임시 코로나 19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 백신 휴가가 보편화하면서 아직 도입하지 않은 기업도 적극 검토에 나섰다. 한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관계자는 “아직 (직원들에게) 알리진 않았지만 도입할 것 같다”며 “직원 중 접종을 앞둔 이들이 몇 명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휴가를 도입한 스타트업들은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백신 휴가를 도입했다”며 “임직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석종훈 퓨처플레이 파트너·COO는 “임직원들이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 19 종식을 향한 발걸음에 동참하고, 조속히 안정적인 일상으로 복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인재 유치를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개발자나 마케팅 등 인재 가뭄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단 것이다. 자율적인 분위기와 임직원의 복지를 강조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백신 휴가는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거나 기존 인력을 보호하기에 매력적인 선택지다.
휴가를 받은 스타트업 직원들은 백신 접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핀테크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 정 모(34) 씨는 “백신 휴가를 준다고 하면 아무래도 이미지가 좋다”며 “얀센 백신 접종을 앞둔 동료들이 많은 만큼,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백신 휴가를)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