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갱신 시 30일 이내 신고 의무
임대소득 노출 꺼리는 집주인
임대공급 위축 등 부작용 우려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 신고제가 이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정부는 이 제도로 임차인(세입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월세 신고제가 임대인(집주인)의 과세 금액을 늘려 결국 전월세 금액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안에 임대차 계약을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가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임대차3법을 이루는 것으로 지난 1년 간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본격 가동된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광역시, 각 도의 시 단위 이상 지역에서 주택 보증금 6000만 원 또는 월세 30만 원을 초과하는 임대차 계약은 모두 신고해야 한다. 계약금이 7000만 원인데 월세는 20만 원인 경우처럼 어느 한 쪽만 기준선을 넘어도 신고 대상이다. 신고 주택은 아파트나 다세대 같은 주택은 물론 고시원과 기숙사 등 준주택, 판잣집,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도 포함된다. 전국 주요 도시의 웬만한 임차 거래는 모두 신고 대상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전월세 신고제 시행으로 증서의 법적 증거력을 법률로 인정하는 확정일자가 계약 신고시 자동으로 부여된다.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으로 세입자 보호 기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고제 시행으로 거래 당사자는 개인(임차인·임대인) 정보는 물론 임대 목적물 정보, 갱신 여부와 갱신 임대료, 계약 기간, 전세보증금 및 월세 규모, 종전 임대료 등 임대계약 내용을 모두 기입해야 한다. 집주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바로 보증금 및 월세 규모, 즉 임대소득의 노출이다. 이같은 정보가 과세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4월 "임대차 신고제 정보를 과세 자료로 활용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당장엔 과세 가능성을 부정하지만 향후 신고제 정보를 기반으로 소득세 카드를 고민할 수 있다"고 봤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규제 시행의 회피 움직임이 감지된다. 일부 집주인들이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을 규제 시행 전으로 앞당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제도 시행 전 선제적으로 전세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도 보였다. 서대문구 아현동 A공인 측은 "최근 8~9월 만기를 앞둔 전세 갱신 계약에 대해 집주인들이 계약을 미리 하려는 경우가 여럿 있었다"며 "소득 노출을 꺼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월세 신고제가 임대소득 공개를 꺼리게 해 임대 공급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집주인들이 연쇄적으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임대인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등 전세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 특히 정부가 과세 움직임을 보이거나 과세가 지나치다고 인식할 경우 임대사업을 포기하는 집주인이 속출해 전월세 시장이 예상보다 위축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은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와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올해 하반기엔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월세 신고제가 들썩이는 수도권 전세시장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고제가 표준임대료 도입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서 교수는 "전월세 신고제는 사실상 표준임대료 도입을 위한 전초전"이라며 "이는 임대차시장 위축과 매물 잠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