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관리하는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의 사예드 시샤 고문은 “자체 조사 결과 운하의 제방에 갇히기 전에 배가 양옆으로 흔들렸다”며 “선장은 배를 다시 정렬시키려고 노력하면서 12분 안에 8차례의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에버기븐호는 당시 수에즈운하 진입 당시 우측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고, 선장은 배를 중앙으로 다시 끌어내려 했다. 선체의 반응이 너무 느린 상황에서 선장은 속도를 높였고, 배는 대신 왼쪽으로 다시 방향을 틀게 됐다. 그러고 나서 오른쪽으로 다시 방향을 바꾸고 결국 운하의 제방에 좌초됐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차례 좌우로 방향을 바꾸면서 지시를 반복 변경해 내린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이동하던 에버기븐은 지난 3월 23일 선체가 항로를 이탈, 바닥과 충돌하면서 수에즈운하 한가운데 좌초했다. 이 사고로 길이 400m, 폭 59m, 총 톤수 22만4000t에 달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루트를 막아버리게 됐다. 세계 화물의 약 15%가 통과하는 핵심 길목이 마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혼돈에 빠졌다.
특수 구난팀의 대규모 준설과 예인작업을 통해 좌초된 배를 재부양하는 데에만 일주일이 걸렸다. 그리고 약 12일이 흐른 뒤에야 선박 정체 현상이 해소되면서 통항이 완전히 정상화됐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고로 하루 158억 원가량의 피해를 봤다고 추산했으며, 선박 소유주에게 약 5억5000만 달러(6113억 원) 규모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선박 소유주 측은 당시 좋지 않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의 수로 진입을 허용한 데 대해 책임이 있다면서, SCA 수로 안내인과 통제센터가 의견 충돌을 빚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