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6200억 원을 들인 28㎓ 주파수 대역의 5G가 기지국 의무 구축 기준에 한참 미달해 ‘진짜 5G’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8㎓ 대역은 2021년까지 각사가 1만5000개씩 구축을 약속했으나, 1분기까지 100개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이통 3사의 기지국 구축 이행 점검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28㎓ 주파수 대역의 5G는 일명 진짜 5G로 불린다. 6㎓ 이하 중대역과 비교해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최대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로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전파의 회절성(휘어지거나 통과하는 성질)이 약해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투자비는 더 많이 들어가는데 시장이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수익성은 떨어진다. 28㎓ 대역이 ‘계륵’으로 전락한 배경이다.
30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은 5G 기지국 구축 이행 점검 준비에 착수했다. 이동통신 3사는 12월 31일까지 구축한 5G 기지국 현황을 내년 4월 이내 과기정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KCA는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내년 4월경부터 현장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다.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당시 이통 3사는 3년 이내 의무 구축 5G 기지국 설치 계획을 제출했다. 3.5㎓ 대역에서 10년 이내에 각사가 기지국 15만 국, 5년(2023년) 내에는 4만5000국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28㎓ 대역은 2021년까지 각사가 1만5000개씩 구축을 약속했다. 3.5㎓ 대역은 이통 3사가 2023년 목표치를 넘어 조기 구축을 완료했으나, 28㎓는 1분기 기준 총 91개로 시범망 수준에 머물러 있다.
KCA는 최근 조달청에 ‘주파수 할당 조건 5G 현장 점검 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위한 용역을 발주 의뢰했다. KCA 관계자는 “광주지방조달청에서 검토한 뒤 이번 주쯤 사전규격을 공개하고 사업 입찰 공고가 게시될 것”이라며 “현장 점검은 사람이 하지만, 점검과 관련한 데이터를 전송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 용역 발주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1월쯤 결과가 나오면 관련 사항을 할당조건 평가위원회에서 보고 이행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G 기지국에 대한 현황 점검은 내년에 처음 시행된다. 통신사들이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라 기지국을 제대로 구축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앞서 LTE 기지국 주파수 점검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이뤄졌다. LTE 주파수는 3사가 경쟁적으로 구축해 의무 구축 수량을 뛰어넘었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5G는 상황이 다르다. 첫 현장 점검이라는 의미에 더해 28㎓ 대역 기지국 현황이 목표치에 한참 모자라기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주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내년에 이행 점검을 한 뒤 구축이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이 명확해지면,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할당 취소도 가능하다. 2018년 경매 당시 할당 기간은 3.5㎓와 28㎓ 대역 각각 10년과 5년으로 부여받았다. 할당이 취소되면 주파수를 받으면서 지급한 6223억 원도 반환되지 않는다. 각사는 당시 할당 대가로 △SKT 2073억 △KT 2078억 원 △LGU+ 2072억 원을 지급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할당 취소’는 전파법에 따라 할 수 있는 재량이고, 1회에 한해 시정명령이 가능하다”며 “올해 12월까지 (구축할) 시간이 있고, 이행 점검 이후 어떤 방식으로 이행에 따른 평가를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