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일대 수천만 원씩 껑충
"서울 전역으로 불똥 튈수도"
서울 서초구 일대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위한 대규모 이주 수요 움직임이 본격화한 영향이다. 일각에선 강남 전셋값 급등이 동작구 등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 전체 전셋값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17일 기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3주째 0.03%를 횡보하는 사이 서초구 전셋값은 0.01%→0.04%→0.07%로 오름폭을 넓혔다. 14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초구 전셋값이 뛰는 건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가 재건축 사업을 위한 이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수요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포주공1단지 이주는 다음 달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5개월간 이어진다. 1500가구에 육박하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도 이르면 하반기 이주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단지에서만 3600가구 넘게 이삿짐을 싸게 되는 셈이다. 여기다 소규모 재건축 단지인 182가구 규모의 신반포 18차와 108가구 규모의 신반포 21차도 7월까지 이주 대열에 합류한다. 앞서 이주를 시작한 방배13구역(1200여 가구)까지 합하면 서초구 이주 수요는 5000가구를 웃돈다.
반포 일대에선 전세 실거래가가 이미 수천만 원씩 급등하고 있다. 이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형은 처음으로 20억 원을 찍었다. 종전 신고가(19억5000만 원)보다 5000만 원 뛴 가격이다. 인근 반포자이 전용 84㎡형 역시 같은 가격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최고 호가는 22억 원에 달한다.
전세매물도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초구 일대 아파트 전세매물은 23일 현재 2819건으로, 한 달 전(3089건)보다 8.8% 줄었다. 반포동 A공인 관계자는 "초·중·고 자녀가 있는 집일수록 이 일대에서 전셋집을 찾을 가능성이 더 큰 만큼 물량이 귀해지고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참고자료를 내고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올해 정비사업 이주수요는 약 4251가구로 작년(8348가구)의 절반 수준"이라며 "정비사업 이주로 전세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작년보다 감소했지만 3분기부터 회복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강남 대규모 이주로 인한 전셋값 불안의 불똥이 인근 동작구는 물론 서울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전세시장은 보유세 부담과 임대차3법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매물 부족 우려가 크다"며 "강남 재건축 대규모 이주 수요 움직임이 더해져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