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다. 반도체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슈퍼을'로 불린다.
18일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ASML 보유주식 수는 629만7787주로, 장부금액(시장가치)은 4조3248억 원이다. 작년 말 기준 3조3505억 원보다 1조 원 가까이 불었다.
2019년(2조1547억 원)보다는 2조 원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지분 가치가 1조 원 늘었는데, 3개월 만에 벌써 1조 원이 더 뛰었다.
특히 2012년 취득원가(3630억 원)와 비교하면 1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ASML에 3000억 원대(3%) 지분을 투자했다. 2016년 절반을 매각해 현재 1.5%를 보유 중이다.
현재 12배 이상의 투자 수익을 내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정적인 EUV 공급망 확보에 있다. 장비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투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에선 EUV 장비 수급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매년 생산대수도 한정적이다 보니 1대에 2000억 원에 달하는 장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업계 1위인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시의적절한 EUV 장비 확대가 필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ASML 네덜란드 본사로 날아가 물량 확보를 요청하기도 했다.
ASML에 따르면 연간 EUV 장비 출하대수는 2019년 26대, 2020년 31대다. 올해는 생산성을 개선해 40대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출하될 40대 EUV 장비 중 70~80%를 삼성전자와 TSMC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양사 EUV 노광장비 확보 대수는 TSMC가 약 40대, 삼성전자가 17~19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ASML과 굳건한 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ASML이 2025년까지 경기 화성에 2400억 원을 투자해 재제조 공장과 트레이닝센터를 포함한 EUV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ASML의 국내 투자는 삼성전자라는 우수 고객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에 모두 도움이 되는 행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