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경쟁률 낮아, 최대 5배 차이
최근 가격 오름폭도 큰 차이 없어
전국에서 아파트 청약 열풍이 불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인생 역전, 혹은 내 집 마련을 꿈꾸며 아파트 청약에 나서고 있지만 당첨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국 기준 1순위 청약자 수는 2018년 197만6220명, 2019년 231만7114명, 2020년 435만182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주택 수요자들이 분양시장에 대거 몰리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분양시장이 뜨겁다. 지난 11일 1순위 청약을 받은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트지'는 302가구 모집에 24만4343명이 몰리며 평균 809.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판상형인 전용면적 102㎡A형은 청약 경쟁률이 5436대 1에 달했다. 그런데 타워형인 전용 102㎡B형은 10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타입이 판상형이냐, 타워형이냐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5배가량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전용 84㎡A형(판상형)과 전용 84㎡B형(타워형) 역시 각각 경쟁률 453대 1, 323대 1을 보이며 다소 차이가 있었다.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 속에서도 유독 판상형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선호도가 높다는 의미다. 판상형은 건물 모양이 단순한 직사각형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가구도 일(一)자로 배치돼 있다. 판상형은 남향 건물이 많아 일조량이 좋고 앞뒤가 뚫려 있어 통풍·환기가 잘 되는 장점을 지녔다.
반면 타워형은 탑 모양의 구조를 띠며 일명 '못난이' 취급을 받는다. 같은 동 안에서 보더라도 라인마다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게 설정된다. 주로 와이(Y)자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2~3면이 외부로 개방되고 조망 범위가 넓어진다. 다만 모든 가구가 남향이 될 수 없어 채광이 잘 안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남향을 선호하다 보니 판상형이 타워형보다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선호도 높은 판상형에 청약통장을 던지는 것은 하수라고 말한다.
청약 전문가인 정숙희(열정로즈) 내꿈사 대표는 "청약은 로또가 아닌 전략 싸움이다. 경쟁률이 더 낮은 곳에 뛰어드는 것이 현명한데, 무작정 당첨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판상형 청약에 달려들다 보니 당첨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판상형 아파트가 타워형에 비해 집값이 많이 오른다고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 차이도 줄었다. 어차피 해당 단지 집값이 오르면 판상형도 타워형도 모두 오르게 돼 있다"라며 "그만큼 타입을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당첨 확률을 높일지를 고민하는 게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근 판상형 아파트와 타워형 아파트 매매값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전용 84㎡A형(판상형)은 올해 3월 최고가인 17억6000만 원에 매매됐다. 반면 타워형인 전용 84㎡C형은 올해 1월 18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거래 시장에선 판상형보다는 타워형 아파트 몸값이 더 비싼 값에 매겨진 것이다.
이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판상형(전용 84㎡A)은 29.02대 1, 타워형(전용 84㎡C)은 7.8대 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