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며 현대차와 기아가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부터 18일까지 울산 5공장 2라인을 휴업한다. 이곳은 SUV 투싼과 수소 전기차 넥쏘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번 휴업은 에어백컨트롤유닛(ACU) 부족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18일에 울산 3공장도 휴업한다. 울산 3공장은 세단 아반떼와 소형 SUV 베뉴를 생산한다.
기아는 17~18일 경기 광명 소하 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소하 2공장은 소형 SUV 스토닉과 수출형 프라이드를 생산한다.
올해 초부터 지속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은 2분기에 접어들며 심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타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12~13일, 19~20일에도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춰 세웠고, 7~14일에는 아이오닉5와 코나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도 휴업했다. 이달에도 6~7일 포터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도 부품 수급 문제로 올해 들어서만 1만5000대가량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차량 출고도 지연되며 고객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4만여 대가 사전예약됐지만, 첫 달 출고 물량이 114대에 그쳤다. 기아 EV6는 사전예약 대수가 생산 목표인 1만3000대를 훌쩍 넘은 3만 대를 돌파하며 사전예약이 조기 마감됐다.
유럽 사전예약 수출량(7300대)을 고려하면 사전예약 고객도 연말까지 EV6를 인도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양사는 일부 사양을 덜어내 차량 출고를 앞당기거나 가격을 낮춰주는 고육책까지 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파킹 어시스트',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제외하는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차량 출고를 앞당길 수 있다고 고객에게 안내하고 있다.
한국지엠(GM)은 2월 중순부터 부평공장, 이달 초부터 창원공장을 50%만 가동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도 지난달 8~16일 반도체 부족에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르노삼성은 아직 반도체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적은 없지만, 향후 생산량 조절 가능성은 열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5~6월 반도체 재고가 동이 나면 공장 가동 중단 일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라며 "연말까지 탄력적인 생산량 조절이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