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올들어 실적이 반등하는 가운데 홈쇼핑은 지난해 집콕족의 TV 시청 덕에 선방했던 ‘깜짝’ 실적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며 외출이 늘어난 데다 기저효과에 보복소비까지 더해지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백화점과 달리 홈쇼핑은 올들어 TV 앞을 떠나는 소비자들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홈쇼핑업계는 TV를 버리고 모바일로 사업 축을 옮기며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업계가 주도권을 꽉 잡고 있는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홈쇼핑이 입지를 확보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58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2690억 원)에 비해 4.3%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3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뒷걸음질쳤다.
CJ ENM 커머스 사업의 올 1분기 매출은 330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3759억 원에 비해 12.0%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337억 원으로 11.1% 하락했다.
GS홈쇼핑도 올 1분기 매출 297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0.1% 줄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371억 원으로 16.6% 개선됐다. 현대홈쇼핑만 매출 5790억 원, 영업이익 411억 원으로 각각 7.8%, 42.1% 올랐다.
홈쇼핑업계의 이같은 실적은 승승장구하던 지난해 모습과 대비된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3.6% 성장한 1조4786억 원, 롯데홈쇼핑도 6.7% 오른 1조76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1.6% 증가했다. GS홈쇼핑 매출 역시 1조2067억 원으로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57.2% 개선됐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온라인으로의 소비 패턴 변화 이외에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종식 기대감과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지속돼 소비자들의 외출이 늘면서 TV홈쇼핑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꼽는다. 작년 한해의 호실적은 일시적인 깜짝 실적이었을 뿐 더 이상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도 팽배하다.
실제 지난해 죽을 쒔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실적 개선세가 역력하다. 작년 매출 2조655억 원으로 전년보다 15.2% 떨어졌던 롯데백화점의 매출은 올 1분기 11.5% 오른 6760억 원으로 반등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261.3% 오른 1030억 원이다. 지난해 6.3% 줄었던 신세계백화점(별도 기준) 매출도 올해 1분기에는 20.7% 개선됐다. 연결기준 1조32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대형마트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전문점 등을 합한 별도기준 순매출은 3조83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2.2% 올랐다. 다만 최근 점포 다이어트에 나선 롯데마트는 10.0% 떨어진 1조4760억 원의 매출을 보였다.
홈쇼핑 업체들은 최근 모바일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며 TV 앞을 떠나는 고객들을 붙잡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CJ오쇼핑은 홈쇼핑(CJ오쇼핑)과 인터넷쇼핑몰(CJmall), T커머스(CJ오쇼핑플러스)에 사용하던 각각의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 모바일 중심의 ‘라이브 취향 쇼핑플랫폼’ CJ온스타일로 새롭게 태어났다. 간판에서 아예 TV홈쇼핑의 정체성을 버린 셈이다.
CJ온스타일은 현재 판매 중인 상품과 연계된 여러 상품을 모바일에서 함께 볼 수 있도록 '모바일 큐레이션'을 구현해 일방적인 TV 방송의 틀을 벗어나 쌍방향 서비스를 추구한다.
GS리테일과 합병을 앞둔 GS홈쇼핑도 디지털화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여러 형태의 배송을 시행할 수 있는 군포물류센터를 신규 오픈하고, 지난달에는 부릉(VROONG) 서비스로 유명한 물류회사인 ㈜메쉬코리아 지분 19.53%를 인수해 배송에 힘을 준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모바일 생방송 전문 PD와 상품 기획자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콘텐츠 부문을 신설했다. NS홈쇼핑은 14년째 회사를 이끌어온 70대 도상철 전 대표가 사임하고 지난해 11월 공동대표에 오른 조항목 대표가 이달부터 단독으로 쇄신에 나선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라이브커머스사업부’ 조직을 신설하고 지난달에는 온라인·모바일 유통 전문 자회사 글라이드에 50억 원을 출자해 디지털 강화에 나섰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예상치 않게 코로나19 덕을 봤을 뿐 실적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모바일로 전환이 늦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로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커머스의 공세를 뚫고 모바일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배 뛴 쿠팡은 올 1분기에도 전년보다 74% 증가한 4조 7348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로켓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영업손실은 3320억 원으로 180% 증가했다. 신세계·이마트를 등에 업은 SSG닷컴도 올 1분기 매출이 10% 늘었는데,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가파른 성장세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