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노후 인프라, 새로운 투자 방안 모색’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노후 인프라를 보수·대체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엄근용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2030년이 되면 준공 후 30년 이상 되는 시설물이 전체의 44.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도로는 절반, 철도 교량·터널은 40%가량이 완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시설물이다.
노후 인프라 증가는 안전 문제로 이어진다. 지난해 장마 때 일어난 노후 저수지 제방 붕괴 같은 사고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유지·보수 비용 증가도 고민이다. 엄 연구위원에 따르면 인프라 유지·관리에 투입된 비용은 2019년 기준 12조 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노후 인프라 보수·대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당장 노후 인프라에 관한 정의(定義)조차 불분명하다. 엄 연구위원은 "현재 노후 인프라는 명확한 정의가 없어 사업대상시설물의 확정이 어렵다"며 "간자본이 투자하기 위해서는 대상시설물에 대한 비용 추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명확한 기준의 부재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분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노후 인프라 평가 시스템의 구축과 시설물 우선순위 목록(사업을 우선 추진해야 하는 인프라 목록) 등 적극적인 노후 인프라의 발굴 및 정부 고시사업(정부가 시설사업기본계획을 고시해 시작하는 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김정주 건산연 연구위원은 인프라 투자 재원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인프라에 투자할 중앙정부 재원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예산 외에 대안적인 공공 재원의 발굴과 함께 민간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안적 공공 재원으론 지방 교부금과 재난관리기금 활용을 제안했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배정하는 지방 교부금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정부가 노후 인프라를 보수·대체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재난관리기금 역시 인프라에 투자하면 사용처가 모호했던 그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으론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사업자를 공모해 사업자에게 공공 소유 부지를 개발할 기회를 주는 사업), 공공 리츠·공공신탁제도 도입(공공이 부동산 투자사·신탁회사를 설립해 민간 등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사업) 등이 제시됐다.
김 연구위원은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노후시설물에 대해서도 민간투자가 이뤄지려면 노후시설물의 저수익성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신규 개발사업들이 발굴돼 함께 사업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